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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Jul 29. 2018

직장인이 직장을 떠나고 싶은 이유1

비전과 성장

강한 자가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틴 사람이 강한 자야.



기자 선배M이 힘들어하는 내게 해준 말이다.


그래서 버텼다. 딱 십 년. 2005년 9월 1일부터 2015년 8월 30일. 자동으로 근무일수가 계산되는 이력서 양식에 날짜를 넣어보니 경력일수에 진짜 딱 10년이 찍힌다.




왜 10년이었을까? 10년이라는 숫자는 내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기자 선배를 따라서 처음으로 취재현장에 따라나섰을 때 지하철 안에서 들은 말이 가슴에 콕 박혔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라는 경력은 중요해.

9년 9개월도 아니고, 9년 11개월도 아니고 딱 10년을 넘겨야해.

너는 이제 시작이니까 해주는 말이다. 진짜 기자가 되고 싶으면 한 매체에서 10년을 벼터라.


회사 입사했을 때 팀장님으로 오신 분은 유명한 잡지에서 이름을 떨치며 취재생활을 했던 기자 20년 차 대선배였다. 그런 분 밑에서 기자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대됐다.

마치 곰이 마늘을 먹고 100일간 동굴에서 버텨야 인간이 될 수 있다. 구미오가 3년을 버텨야 인간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이야기처럼 10년을 버텨야 나는 기자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년차, 5년차, 10년차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 만큼 직장인에게 경력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직은 정말 신중해야한다. 버틸 수 있으면 진짜 버티는 것이 강자다. 최후에 웃는 자가 가장 승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이 진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어린 나이일수록 더 빠르게 자기 진로를 고민해야한다. 퇴사하고 해외여행 떠나서 책을 내는 것이 더 멋있는 이유가 있다.

경력이 중요해서 버텨야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경력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일의 영역에서 내공을 쌓기 위해서 버티는 것이다. 2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이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경력이 아니라 경험이 많이 쌓였다. 하지만 잡다한 경험이 조각조각되어 경력관리를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


20대 끝자락에서 제발 이제 진짜 하고 싶은 분야에서 3년만 버티자고 했다. 3년차 되었을 때, 5년차 되었을 때, 10년차 되기 1년 전, 나는 아토피가 온 몸에 번질정도로 고통을 당했다. 그래도 버뎠다. 왜냐하면 기자는 나의 꿈이었고 전문적인 영역이 구축되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일에 빠져서 얻은 병이었지만 해내면 보람이 있었다. 기자 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한 선배는 발이 삐어서 한쪽발로 걷는 내게 마감날이니 기사를 넘기라고 했다. 체력이 약해 쓰러질 때도 죽어도 신문사에 나와서 죽으라고 했다.


외부로부터 내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독자들과 팬들이 생겨나는 것이 힘든 환경을 이겨내는 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오히려 포기할 수 없는 영역. 나이들어 얻을 수 있는 명예를 보다 젊은 나이에 느낄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가운데 자만심이 생기지 않도록 나를 채찍질해주고 이끌어주는 사수! 선배들이 있었기에 좀더 버틸 수가 있었다.

기자생활을 또래보다 3-4년 정도 늦게 시작한 나는 나와 비슷하거나 어린 나이의 선배들에게도 기자 훈련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큰 사랑을 받으며 일했다. 선배들은 무서웠기에 쉽지 않았고 너무 힘들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탓인지 일도 많이 했다. 많은 일에 대한 자랑은 일단 접어두고.





비전과 사수가 부재할 때 크게 흔들린다


직장인들이 꼭 월급, 즉 근무조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난 이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괴롭다. 직장은 힘들어도 버티는 곳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경력 때문이다. 버텨도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직장은 버티기가 힘들다. 힘들어도 붙잡고 버텨줄 지푸라기 같은 것이 존재해야한다. 회사가 어려워도 비전이 좋거나 자신의 전문 영역이 생겨야한다. 그런데 비전도 없고 전문적인 내공을 쌓을 수 있는 환경, 사수가 될 만한 직장상사나 선배, 네트워크 등이 형성될 가망이 없어보일 때 직장인들은 떠난다.


잡코리아앱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러 접속했더니 대학교 후배로부터 온 질문이라는 쪽지 팝업이 계속 뜬다.

쪽지의 골자는 이직하고 싶다는 것. 경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이 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금 회사가 사기업인데 비전이 없어 그만두고 공기업 입사 준비를 하고 싶는데 선배 조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SNS에 사직서를 내고 떠나기로 마음먹은 어떤 20대 중후반 여성의 사유를 읽으니 더이상 자기를 억압하고 피폐하게 만드는 회사를 과감하게 떠나겠다고 했다.




기자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때 한 중소기업의 스토리텔링을 맡게 되었다. 가끔 그 곳의 직원들과 점심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역시 회사로인한 스트레스와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중에는 회사 창업시기부터 함께한 W실장님이 계셨다. 패션 아이템을 취급했던 회사의 디자이너인  W실장은 뛰어난 패션 감각과 디자인으로 회사 대부분의 브랜드 아이템을 책임지고 있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창업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회사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어.”


이런 꿈을 꾸던 W실장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이 해외로 뻗어나가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기를 바랐다. 그 비전을 보고 창업과정의 열악함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회사 여건상 지금은 사장이 주로 해외에 혼자 나가지만 언젠가는 직원들과 함께 해외를 오가는 비즈니스의 꿈을 꾸었다. 하지만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장N도 회사가 글로벌화 되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그것이 회사 직원들의 해외활동을 위한 것이 아님을 밝혔다. 사장만이 해외출장을 갈 것이며 자신이 해외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서포트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W실장이 그만둘 무렵 사장N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이런 대화가 오 간 적이 있다.


“회사가 잘 되면 해외 나갈 일이 많을 거에요.”

“회사가 잘 되면 저도 언젠가는 해외출장을 다니겠죠?”

“실장님 무슨 소리에요. 제가 많이 다니게 될 거라구요.”




열심히 일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좀 어처구니없고 민망한 장면이었다. 아직 작은 신생기업의 직원에게 해외출장을 보낼 정도로 재정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그런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은 직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해도 직원들이 자신이 성장하고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말을 회사의 가장 중책을 맡은 의사결정자로부터 들은 것이다. 실장W는 이 회사는 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사가 아니라 그저 사장 그녀 혼자만을 위한 회사라는 것을 깨닫고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 뒤로 실장 대신 새로 직원이 들어왔지만 3개월을 못버티고 나갔고 그 회사에 가장오래있던 직원도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비전이 있고 배울 것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꽃을  피워라


힘들다고 그냥 포기하지 말고 비전이 있다면 계속 하거나 비전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라. 배울 것이 있으면 버티고 배울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라.

버티지 않고 좋은 기업으로 메뚜기처럼 스카웃되는 사람을 남아있는 자들은 부러워한다.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 중에 직장을 평균 1년마다 바꾸는 능력자가 있다. 바이어G는 외식분야의 대기업이란 대기업은 모두 거칠 정도였다. 옮길 때마다 그의 몸값은 올랐다. 그렇게 5-6년이 지나는 동안 가끔씩 연락하면 그는 또 다른 직장에 가 있었다. 그의 이력서는 유수한 대기업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는 어느날 내게 거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며 채용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원래 하던 방식대로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해놓으라고 했지만 그것이 이제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가 옮겨다닌 직장들은 꼭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아무도 그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연봉이 오른다는 이유로 그는 쉽게 있던 회사를 박차고 그곳으로 옮겼지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겪은 많은 스트레스와 비합리적인 상황들을 못견뎌 그만 두어야만했다. 그야말로 월급 그 이상의 고통을 감수해야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옮겨가고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한계점에 온 것이다. 과연 이직하면서 몸값을 올리는 것만이 답일까.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by  asi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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