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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Sep 26. 2018

아토피 극복기4

기름에 튀긴 밀가루

그래. 가장 설득력있는 말이었다.


어떤 교수님이

내 귀를 잠식하고 있던 아토피를 보고


"피부가 왜그래? 음식 조심해야지.

내가 한참 피부가 그래서 고생했는데

면 종류를 끊었더니 다 나았어."


면 종류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음식에 주의하며 가려먹다보니
밀가루 음식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안 좋은 기름에 튀긴 면이 피부에 민감했다.

나의 경우에는

튀기지 않거나 좋은 기름에 튀긴 것은 괜찮았다.

아토피라고 해서 먹지 말고 굶으라는 법은 없었다.

아토피로 인해서 좋은 점은 안 좋은 음식을 피부로 바로 파악해낸다는 것이었다..그만큼 민감했다.


예를 들어

한참 아토피가 가라 앉았다가

유독 그 짜장면 집을 어쩔 수 없이 가게되면

심하게 재발하는 곳이 있었다.


회사에서 팀끼리 점심을 다같이 먹는 분위기라 혼자 빠지기 힘들었기 때문에 꾹 참고 따라가곤 했다.


그러나 어느날 용기 내서 말했다.

"이 곳 짜장면 먹으면 유난히 더 아토피가 심해져요.

저는 그냥 다른 곳에 가서 혼자 먹을게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피부에 그런게 날 정도면 당연히 먹지 말아야지."

라고 걱정해주는 부류.

"아니. 그런게 나지는 않지만 우리한테도 안 좋은거 아니야. 우리도 먹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때로는

"진짜 되게 유별나게 그러네. 그냥 가끔 먹으면 맛있는데. 괜히 예민해서 우리도 못먹을 필요 없잖아."


사실 나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고 그 집 짜장면은 진짜 맛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더라도 당당하게 나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사회 생활인데  하며 속에서 참아야지 했던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토피' 있어서 못 먹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걱정해주시는 분들께 좋은 정보를 얻기도 했다.

"우리 딸도 아토피라서 별거 다 해봤어요."

라며 공감해주시는 분.

외근 나가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회사 주변과는 달리 건강한 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그런 곳을 찾아 소개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감사하게도.


점차 내가 다니던 회사 주변의 음식점들이 나의 체질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독 MSG와 중국산 쌀을 많이 사용했다. 점심을 싸가지고 다니거나 다른 곳에 가서 점심을 먹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또 하나, 나의 아토피에 대해 눈치를 주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내 자신의 또 다른 고통과 과로, 스트레스를 깨닫기 시작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과도한 업무를 하면서도 지나치게 눈치보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꾸역꾸역 참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에 집중했고 열정적이었기에 당당해보이면서도 내면 깊숙한 소심함을 극복해야만 했다. 나를 더욱 사랑해야했는데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해 생긴 병이 피부를 통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일이 내가 되고 내가 일이 되버리면서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고 매말라가는지도 몰랐었는지 모른다.


사랑, 행복, 그냥 좋은 것, 나를 그냥 조건없이 내버려두기,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거절하고 아니(NO)라고 말한 뒤 눈치보지 않기,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적당히 조화롭게 하기,

이런 것들에 미숙하거나
거리가 생기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by asi




'나만 이렇게 아픈게 아니구나.' 라는 마음만으로 위로가 되기에 이 글을 써봅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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