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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Mar 05. 2020

버킷리스트1_어두울수록 희망을 품자

1_책을 내고 싶은 꿈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 & Schuster)사에서 41년 동안 편집자로 일한 집시 다 실바(Gypsy da Silva)는 기고문<편집자와 저자(The Copy Editor and the Author)>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편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글, 창조적 아이디어, 책을 사랑하기에 이 일에 매진할 뿐, 우리가 주목받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공헌을 깊게 이해한 저자가 머리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우리의 이름을 언급하고자 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할 뿐이다. 우리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최선의 책을 위해 묵묵히, 무명으로 공헌하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지음, 휴머니스트-

브런치에 글 하나, 블로그에 글 하나를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없이 글쓰기를 놓친 어떤 날은 새벽에 갑자기 깨서 5-6줄이라도 포스팅을 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글쟁이를

업으로 삼았지만 직업인의 글은 남의 글이라 15년이 지나도 내 이름 석자로 내세울 만한 글이 없다. 당연히 책도 없다. 허무한 일이다. 몇 날 몇 일을 허무해서 내 업도 계속 할 일 조차 잊어 다른 분야의 뒤꽁무늬를 좇아 내 천명을 잊고 살았다. 지난 해의 일이다.

40대가 되어 남겨 놓은 것이 없이 허무해 새롭게 다른 걸 시작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40대에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 해오던 걸 계속하라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해오던 것?’ 그러고보면 난 해오던 것을 잊고 있었고 너무 당연시해서 내가 하고 잊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 시절 퍼스널 브랜드 컨설턴트와 신랄한 대화와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내 정체성을 알아나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컨설턴트는 내 스스로 깨닫고 파악하기를 바라며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체 김기자가 지금까지 호기심을 갖고 해 온 것이 무엇인가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내 일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글쓰는 것! 내 자신의 부족함을 이겨내고 다시 쓸 수 있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글쟁이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저 또다시 묵묵히 쓰는 것만이 그 힘든 일을 쉽게 하는 길인 거 같다. 적어도 글쟁이 밖에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겐 말이다. 그런 것을 깨닫는 즈음에 다시 글쟁이 과업이 어딘가에서 주어졌고 책을 편집하는 과업까지 해낼 기회가 왔다. 지난 해 수많은 방황과 번민 끝에 연말에는 숨 쉴 틈 없이 그 일을 해냈다. 그리고 피라미 기자 시절, 언젠가는 나도 편집장이 되리라 하며 사두었던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지음, 휴머니스트]라는 책을 펼쳐 본다. 처음 해본 편집일이지만 한계를 느끼며 전 능력을 쏟아붓는 과정이었다. 한계를 인지한 것은 또다른 쾌감이었다. 내 능력의 부족한 구멍난 부분을 망원경으로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현미경으로 미세하게 찝어낸 듯한 그런 쾌감. 뭔가 배울게 새롭게 도전할 것이 생긴 것이기에 매너리즘에 빠져 방황하던 내게 길을 보여주는 빛줄기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방황했어도 그런 경험은 글쟁이에겐 또다른 글감이 되고, 우울하고 슬퍼도 글 속에서 위로받고, 꿈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꿈을 적으면서 다시 희망을 품어 본다. 단순 글쟁이가 아니라 [작은 아씨들]의 둘째처럼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게 수줍게 갈망하던 꿈이다. 당당하게 꿈을 밝히고 내 소명을 잊지 말아야겠다.


내 글이 나를 인도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쓰기를, 머뭇거릴 때마다 계속 쓰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힘을 내길 바라며, 그래서 또다른 글쟁이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란다. 아침 동뜨기 전 새벽에 정신이 맑게 깨는 날은 기분이 좋다.



글쓴이 금인어

아침, 커피가 생각난다.

코로나야 이제 물러가고

밝게 맑게 살아갈 수 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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