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
그냥 끄적거리는 글
토요일 아침은
프랑스어 수업에 조금 늦더라도 꼭
그 샌드위치 가게를 들른다.
두새달 사이 철저하게 백수로 백지 상태에서 지낸 휴식이 끝났다.
휴식은 터닝포인트로 새로운 점을 찍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갑자기 들어오는 일의 기회를
마다하지 않자
바쁜 일정이 시작되었다.
두달 동안 정신없이 일거리들을 쳐내고
한숨돌리며 카페에 앉아서
여유를 만끽한다.
아무것도 다시 하지 못할거 같았던
에너지가 다시 차올랐는지
뭔가 다시 배우는 것도 시작.
토요일 아침
부스스한 모습으로
강남역에 가서
9시 프랑스어 학원 앞에서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를 사서 베어무느라
꼭 수업에 10분씩 지각한다.
백수의 허전함과 고독감 속에서
어디에든 먹고 싶은 걸 혼자 들어가 먹는데는
적응이 된거 같다.
수업시간 옆에 앉았던 20대 후반의 여성과
끝나고 우동 한그릇 먹으며
인생의 슬픔과 기쁨에 대한 프랑스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연애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미용실을 향해 헤어졌다.
미용 예약 시간이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았다.
신사동에서
녹차 롤케이크 창가 앞에 두고
앉는다.
오랜 시간 익숙했던
일자리와 이별한지 일년째.
연인과 이별한지 이년째.
다시는 못 쓸거 같은 글을 다시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주얼리 분야에서 글쓰는 일이 작게나마시작되었고
연이어 다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매체의 장이 다시 새롭게 기회로 다가왔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가슴 깊이 흘러내렸던
아픔을 쓸어내린다.
다시 또다시 쓸 수 있는 백지와 펜이 생겼고
일년전의 아픔도 많이 내 안에서 삭히고
발효되어 날아가는 기분도 느꼈다.
브런치에 잃어버린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불특정 다수가 읽는 이곳에
마구 쏟아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던거 같다.
수다도 글쓰기도 다시 한다는 것.
아무 힘도 없이 모든 것을
놔버렸어야했던 순간들.
서서히 극복해가는 느낌과 과정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일년전 괴로웠던 순간의
기록들을 보며 새삼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