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인어 May 04. 2016

성공적인 여행의 필수 조건

---싱글라이프와 여행 콜라보

성공적인 여행을 위한 조건3


성공적인 여행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계획하지 않은 우연들의 연속.
둘째, 낭만적인 만남.
셋째, 안전.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세 가지 조건을 설명하기에 앞서 나만의 여행에 대한 정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일상의 관계 속에서의 탈출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은 혼자 가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들? 맨날 싸우는 부부 또는 연인, 언제나 붙어있는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 말이 안통하는 형제자매, 부모님, 시부모님, 매일 보살펴야하는 아들 딸, 싫은 사람, 너무 좋다고 매일 붙어있으려고 하는 사람 등.

이 모든 익숙한 관계에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필자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강력하게 권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그러기 쉽지 않다.', '여자 혼자 여행은 위험하다.', '혼자 무슨 재미로 가냐.'등의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행에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 결혼생활을 비판하려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도 무시하고 해보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바로 생각나는 한 예로 공항 면세점 앞에서 큰 소리로 싸우던 부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한 부부가 공항 면세점 앞에서 큰 소리로 싸우고 있다.

“부부가 다니면 꼭 싸워요.”

싸우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면세점 직원이 나에게 하는 소리다. 그리고 또 한마디 덧붙인다.

“부부끼리 여행다니면 안되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혼한 부부들에게 "왜 결혼하셨어요?”라고 물으면

“노후에 외로울까봐요.” 이런 대답을 종종 한다.

저렇게 싸우는 부부 중에는 노후가 되어 오랜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복한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고자 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의 경상도 아저씨는 부인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얼굴이 새빨개진 여인은 고개만 떨군채 당하고?만 있었다. 저것이 과연 여행일까. 현실과 일상의 연장선일 뿐이다.



여행의 틀을 깨는 도전



그래서 가족이지만 어려운 대상이었던 첫째 언니와의 일본 여행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언니와 둘이 살아가면서 서로가 마주하는 시간이 많았다. 첫째 언니는 둘째 언니보다는 엄격하고 어려웠기 때문에 언니랑 대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고 어색했다. 둘이 생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부딪치는 의견차이도 많았다. 많은 싸움과 화해 그리고 대화를 반복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전보다는 친근해졌고 서로의 고민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맏이인 언니가 가진 책임감과 고민도 이해하면서 그 동안 냉철하고 커보이기만 했던 언니에 대한 이해심도 쌓였다. 하지만 언니랑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내게 일상의 연장선이자 확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상을 탈출하려고 하는 여행을 가장 큰 일상의 현재 동반자인 언니와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함께 가고 싶어하는 언니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결국 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본 오사카-도쿄 여행 일정을 잡았다. 언니는 프리랜서, 나는 백수였기 때문에 15일 간의 길고 펑퍼짐한 계획이 가능했다. 그 동안 생각해오던 이상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먼 여행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성공적인 여행이란 세가지 항목이 충족되었을 때라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고수의 내공?


상황에 따라서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도 여행고수가 해야할 일이다. 언니랑 떠나는 여행은 세번째 조건은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첫번째와 두번째에 대한 재미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나의 나름 길고긴 싱글생활의 장점은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돌아다니는 것이 주된 기자라는 직업을 하면서 국내 지역이건 해외건 떠날 기회가 많았다. 스케줄을 짜야하고 지도를 보며 혼자 돌아다니면서 나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챙기면서도 일을 수행하는 동안 짬을 내서 해외 여행의 즐거움도 맛보기 위한 나름의 전략과 노력이 필요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가운데에 우연한 만남을 통한 재미를 만끽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그러나 언니와의 여행은 그 동안의 여행과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여기에 기존의 여행 패턴을 깨는 동행이 한명 더 가세했다. 전 직장의 후배였다. 사표를 던지고 나온 후배가 여행에 편승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여행 멤버가 꾸려졌다. 생각만해도 스트레스가 증폭되는 멤버였다. 가깝고 소중하고 즐거운 존재들이지만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가진 나에게는 그 탈출구인 여행을 강력한 일상적인 멤버들과 떠난다는 것만으로 내 기존의 여행에 대한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특히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이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위해서는 첫번째와 두번째 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세번째 조건을 충족시키기로 결정했다. 영화 비포 선 라이즈에서 처럼 혼자 떠난 남녀가 우연히 만나는 사건. 이런 것이 발생하기는 커녕 나는 가족과 전 직장동료를 위해서 티케팅부터 호텔 예약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혼자서갈 때는 현지인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여행할 때에는 더 많은 역할을 떠 안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낭만적인 여행을 기대하기는 커녕 가이드처럼 이들을 위한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세번째 조건인 ‘안전’이란 여행의 재미와 모험을 만끽하면서도 비행 스케줄, 호텔 예약, 교통 등에 있어서는 사전에 꼼꼼한 계획을 잡고 계획대로 무사히 진행되어야 한다. 첫번째 조건인 여행의 내용은 새로움과 계획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과 우연들로 채워지더라도 여권을 잘 챙기는 것, 비자를 미리 챙기는 것, 예산을 잘 짜고 여비를 잘 챙기는 것, 필요한 짐을 효율적이고 최대한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런 것을 갖추지 않고 위험에 빠진다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는 더욱더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민폐를 끼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여 결국 여행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좋은 경험이었다고할 수 있지만 최대한 사전에 잘 준비해서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수다. 세번째 조건이 잘 받쳐준다면 첫째와 둘째 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조건별 동상이몽


다른 멤버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같은 숙소를 쓴 우리들은 그야말로 동상이몽이었다. 언니는 첫번째 조건에 대한 기대가 크게 보였다. 특히 그녀는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내면 좋겠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후배는 두번째 조건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녀는 여행 도중 한달 전 일본으로 유학간 남자친구와 재회할 계획을 잡아놓았다.

결과는? 나는 세번째에 만전을 기했고 내가 준비한 안전 최적화된 여행 스케줄에 따라 맛과 체험, 세밀한 이동 경로 등 내용을 언니가 채웠다. 그녀는 실시간으로 로밍 서비스를 통해 지도를 검색하며 길을 안내했고 맛집과 디저트 가게 쇼핑센터로 안내했다. 문제는 두번째를 기대했던 후배녀석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약속했던 바로 전날 밤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내 낭만은 둘째치고 멤버의 두번째 조건‘낭만적인 만남’에 대한 기대는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실연의 고통으로 후배는 그날 밤 남자친구의 숙소가 있는 곳까지 일본 지하철을 타고 달려갔지만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후배를 위로해줄 방법은 없었다. 그녀의 실연에 대한 충격과 슬픔이 같이 머무는 아파트의 공간을 뒤덮어버린 것이다. 일본 여행은 두번째 조건에 있어서는 최악이었다. 보름 계획한 일본에서의 여행은 아직도 10일 이상 남아 있었다. 여행이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했다.


여행의 꼼수? 신의 한수?


침대에 누워 두 사람이 잠이 들고 혼자 눈을 뜬 채 벽을 응시했다. 과거의 여행 기억들이 떠올랐다. 역시 여행은 혼자가 제맛이다. 일년 전 파리 출장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수품, 누구나 끌고 가면 '나 공항간다'를 티내는 캐리어를 포기했다. 어깨에 매는 적당한 크기의 핸드백에 4박5일 파리출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넣었다. 역시 여자들에게 여행시 가장 필요한 패션쇼를 능가하는 의상들은 포기했다. 검정 원피스에 갈아입을 레깅스 몇 장을 모두 블랙으로 준비하고 검정 가죽자킷을 입은 채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차림새는 블랙으로 파리지엥을 능가하는 듯 보였으나 짐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였다.

짐은 단촐해서 좋았고 짧은 여행 일정 속에서 무거운 짐하나 내려놓아 부담이 줄었다. ‘안전’이라는 첫번째 조건 기준에 있어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핸드백만 맨 가죽자킷의 여성 차림이 비행기 검역관들의 눈에 날 줄은 몰랐다. 귀국하는데

“파리를 다녀오는데 짐이 그거 밖에 없어요?”라며 세관에서 걸려 가방을 모두 열어야했다. 캐리어를 끌지 않고 짐이 적은 것이 오히려 의심을 받을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첫번째, 계획하지 않은 우연들의 연속이다. 시카고에서 걷다가 만난 영국조각가 애니쉬 카푸(Anish Kapoor)의 작품, 일본 우에노 공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던 스페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전시회, 일본 오사카 호텔 바로 앞에 위치했던 도지마롤 몬슈슈 2호점, 한국 클래식 바의 원형인 일본의 클래식 바 등이 모두 좋은 추억이다.

첫번째 우연이 개인적인 즐거움과 관련된 것이라면 두번째 낭만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즐거움을 종종 더욱 많이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현지 언어를 배워뒀다는 것은 이러한 두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데 자연스럽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짧고 낭만도 짧다

여행에서 낭만적인 만남의 대표적인 예는 비행기를 탔을 때 옆좌석에 멋진 또래 이성이 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전혀없다? 아니 나에게는 그런 만남이 세 번? 아니 여행때마다 매번 있었다. 부산에 가는 비행기의 옆좌석에 앉았던 프랑스 남성. 그는 프랑스, 일본, 한국을 오가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본 푸덱스 전시회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만난 영국인 기자를 따라 갔던 프레스 클럽, 홍콩과 마카오를 왕래하는 배를 기다릴 때 만난 하얀색 피부를 홍콩 회사원. 파리에서 하루 관광을 하게된 한국 남자. 모두 여행과 함께 즐겁게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낭만적인 만남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여행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갑자기 지난 여행 보따리가 풀어지면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들과의 만남은 짧은 여행 일정 속에서 만남과 동시에 이별이었지만 나만의 여행을 낭만적인 에피소드로 풀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아시의 끝이 없는 여행보따리 <계속>

작가의 이전글 잃어버린 글쓰기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