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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인어 Aug 14. 2016

직장인의 출퇴근 길

우리끼리라도

9시 출근을 위해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다시 시 지하철로 갈아타야 회사에 갈 수 있다. 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사람들이 꽉꽉 차 있는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나서야 한 발 겨우 디딜 만한 버스에 간신히 매달려 올라탈 수 있다. 운전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대중교통에 의지하며 생활한다.


어느 날은 운 좋게 문 앞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다. 목적지인 종점에 거의 도착할 때쯤 2인석인 내 자리 옆 창가 쪽에 앉은 2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갑자기 내 다리를 넘어 가며 가방으로 치고 문쪽 앞에 가서 선다. 나도 내려야했으므로 붐비는 차 속에서 함께 일어설 수도 있었고 조금만 표현해주면 내 다리를 옆으로 살짝 돌려 공간을 내어줄 수도 있었다. 아침이라 조용히 참았지만 이름도 성도 모르고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스처간 그 여성으로 인해 불쾌한 감정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밀고 밀며 타고다니는 대중교통에서 이 정도는 쉽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지 모르지만 짐짝 취급 당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 저 사람을 사교 동호회나 다른 비즈니스 모임에서 만나게 되도 나를 저렇게 짐처럼 밀고 지나갈까.

'그렇다. 우리는 대중교통 공간 내에서 서로가 모르는 타인이다. 그 타인은 인격체가 아니라 내가 가기 위해서 치우거나 넘어가거나 해야할 짐짝, 물건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그저 물건으로 대할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든 날부터 먼저 스스로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다. 대중교통 공간에서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지만 서로가 사람으로 대해야한다. 사람이기에 우리끼리는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다.


붐비는 지하철 내에서 몸으로 밀고 밀리는 가운데 소리내어 '저 내릴게요.' '내립니다.' '잠시만요.'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 본다. 이렇게 미리 먼저 표현하면 사람들은 친절하게 비좁은 상황에서도 공간을 내어주려고 애를 쓴다.

어느 날은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 날도 붐비는 곳에서 '내립니다.'고 앞 분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다른 편에 서 계시던 한 남성 분도 다른 쪽에서 '내려요.'하고 이야기 하자 앞에 서 있던 남성 분이 '네 비킬게요.'하고 말로 응해 주는 것이었다. 인격을 가진 소통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서로를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에서 비키는 사람도 비킬 준비와 여유를 갖게 되고 내리는 분도 밀고 밟히면서 몸씨름을 할 필요없이 유쾌하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나은 교통수단과 교통정책으로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 살기 좋을 거라고 바란다. 하지만 모르는 타인에게도 한마디 말을 건낼 수 있을 때 먼저 '우리끼리라도' 서로 밟고 노려보지 않고 살 수 있을 지 않을까. 더욱 행복한 우리들의 출퇴근길 우리가 조금은 더 낫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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