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인 불면증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이 되면
나는 직장에 관해 모두 내려놓는다.
이러한 습관은
내가 많이 좋아했던
한 친구로부터 습득되었다.
그 친구는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마치 머리 속에
회사일과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을
잊은 듯이 행동했다.
의도적이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그 친구는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참 좋아보였다.
퇴근 후와 주말에는
그냥 놓아버리고 잊어버리고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찾고
즐기는 것이.
나도 열심히 그렇게 해보려고 했다.
쉽지 않았다.
노력했다. 잊으려고.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그 친구가 했던 거 이상으로 매우 잘.
언제부턴가 누군가 나처럼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후유증도 생겼다.
그렇게 퇴근과 주말 이후에
회사에 대한 잊음이 가능해지고부터
생기기 시작한 습관.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저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오히려 정신이 깨어난다.
그래서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일주일 계획을 세워본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일터에서의 치열한 삶을 위해
머리를 굴린다.
회사로 뛰어들어 내가 해야할 것에
대해서 명확한
계획과 목표, 실행계획을 짜본다.
'뭐 잊은 거 없나...'
이렇게 또 일주일 스케줄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채운다.
그렇게 난 다시
기억상실증으로부터 깨어나
일터로 돌아간다.
일할 때는 일해야지.
by 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