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서 기업인으로 가는 길
커피와 차와 함께하는 아침
1. 아침에 일어나면 차를 한잔하며 덜 깬 잠의 피로를 풀고
바쁜 일정을 생각하기 전에 심호흡을 길게 내쉰다.
2. 점심이 되면 허기진 배를 채운 뒤 바로 일터로 돌아가기 보다는
5분 동안 나를 위한 여유를 부려본다. 달다구리와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의 향기를 번갈아 가며
수다의 온기로 마음을 녹여본다.
3.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이 찾아올 무렵이면 지친 몸과 상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저 노곤하게 그저 아무 생각없이 나도 모르게 깊고 편안한 잠으로 빠져들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차 한잔.
일년전 백수시절
아는 동생이 나를 걱정하듯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언니처럼 그렇게 한 분야에서 오래동안 경력을 쌓은 사람이
이렇게 다 내려놓고 쉬고 있다니 얼른 힘내서 다시 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도 지쳐버리고 지난 경력 분야에 대한 집착과 미련도 없이 거의 백지 상태가 된 나를
조금은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런 삶을 택했다.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잠시 그런 백지 상태의 백수가 되어있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하루 한잔 라떼 혹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정도의 용돈과 그런 시간과 공간 뿐이었다.
백지 상태가 되었다기 보다는 몸도 마음도 지쳐 탈진 상태가 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다시 충전할 시간, 계속 도끼질을 하기 위해서 도끼의 날을 갈 시간...그런 시간이 필요했던거 같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를 위한 시간, 나의 생명력을 다시 살려내는 시간이 절실했다.
그런 시간이 내게 주어졌고, 쉬워보였지만 쉽지 않은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전 땀흘리는 운동 시간이 끝나면 카페에 가서 몇 시간이고 빈둥거렸다.
시간이 많아지면 무한대로 글을 쓰고 창작을 할 거 같던 의욕도 내려놓았기에
나는 가끔 핸드폰을 꺼내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차의 따뜻한 온기만이 즐거움의 전부였다.
덕분에 주로 다니는 카페의 쿠폰과 포인트들이 쌓였다.
별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고
남들처럼 모처럼의 자유 시간에 분주하게 여행을 준비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이제 일년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카페에 앉아있는 내 자신을 바라본다.
남의 카페가 아니라 내 카페.
내 카페가 생겼다.
우여곡절끝에 나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 프리랜서에서 이제 개인창업자가 되었고
진짜 기업인이 되는 중간 어디쯤에 와 있다.
아직 카페를 생계로 하기에는 빠듯하다.
하지만 뭔가 내 일을 시작했다.
전에 내가 그랬듯이 누군가가 카페를 시작한 나를 보며
부러워한다. 자신도 이런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고. 그리고 여유롭게 내 일 하고 싶다고.
사실 몸은 더욱 바쁘고 몸은 더욱 헝그리정신을 소유한 그런 사람의 일상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하지만 색다른 여유가 느껴진다.
직장인 시절의 주말이나 휴가가 주던 그런 여유가 아닌 바쁘면서 나만이 느끼는 여유.
그 차이를 느끼는 중이다.
앞날이 성패가 불확실하더라도 밀고 나가야하는 것이 사업가의 첫 마음이라는 생각.
그 지점에서 이렇게 용기내어 시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한분 한분 여기 차가 맛있다고 찾아오는 분들을 위해서
시장도 가고 마트도 가고 인터넷도 뒤지고 아는 셰프들에게 전화도 돌리고
한분 한분을 위해서...
그렇게 일상이 이루어진다.
---직장인에서 기업가로 환골탈퇴하는 그 어디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