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를 받으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를 들었다
업무차 강남역을 갈 일이 많다. 오늘도 미팅 때문에 강남역 인근을 찾았다.
이 주변에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 물론 대체로 받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전단지를 받았다. 오늘 전단지를 나눠주는 할머니께서 전단지를 내밀 때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분의 노하우일 수도 있다. 인사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니까. 나도 지나쳤다 그 한마디에 뒤를 돌아봤던 거고. 바로 가방에 넣어서 뭐가 적힌 전단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의 하루가 조금은 괜찮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자주 작은 친절과 다정함이 타인의 하루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의 하루를 꽤 괜찮은 하루로 만들어줬을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의 하루를 엉망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늘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분노보다는 다정함이 좋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다.
최근 그걸 다시 느낀 계기가 있었다. 협소한 주차장에서 다툼이 있었다. 오랜만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도로 요약하겠다. 나는 끝내 분노를 쏟았다. 그리고 그 분노는 무용한 외침이었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화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쏟아낸 분노에 대한 텁텁함이 며칠 동안 마음을 귀찮게 한다.
분노를 터트릴 때면 누군가의 하루를 어그러트리는 만큼 내 하루도 어그러진다. 나는 누군가 함부로 던진 돌에 하루 종일 아파하지 말자는 주의인데, 내가 나에게 던진 돌은 가끔 꽤 아프다.
요즘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많다. 화낼 일도 많다. 그게 참 껄끄럽다. 나는 모두가 내가 던진 돌이 상대의 하루에 미치는 파문을 생각하길 바란다. 친절의 순간에 오래도록 안도하고, 해함의 순간에 오래도록 괴롭길 바란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나에겐 최고의 사람이 누군가에겐 최악의 사람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매일 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멋지다는 걸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분노의 칼보다 다정함의 포옹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자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길 소망한다. 모두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한 폭력을 부끄러워하고, 따뜻함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내가 오늘 만나는 모든 타인은 누군가에겐 아플 만큼 소중한 존재일 수 있으니까.
전단지를 나눠주던 그 할머니가 생각난다.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를 거듭 건네던 굽고 작은 등이 말이다. 그분은 지금쯤 집에 돌아가고 계실까. 그렇다면 붐비는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누군가 자리를 내어 주는 기분 좋은 순간이 있길 바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리에 앉아 저린 무릎을 잠시나마 쉬며, 누군가의 작은 친절에 안도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