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칼럼]제 7화.아메리칸 브랙퍼스트
"미국인의 하루"는 총 3편 (아침, 점심, 저녁)에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귀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밤새 내린 폭설에 허리춤까지 눈이 쌓였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유치원에 갓 입학한 나의 키를 고려했을 때 30~40cm 정도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관문을 열기도 버겁고,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끌고 나오는 것도 무리였지만, 집 앞에서 썰매를 타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6살이 되는 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보스턴에서 지냈다. 18개월 정도를 한 곳에 정착했기 때문에 "지냈다"보다는 "거주하였다"가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보스턴에서 밤새 눈이 쌓여 차고 (Garage; 차를 넣어 놓는 공간)를 틀어막는 일은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가거나 썰매를 탈 때 이외에는 꼼짝없이 집에서 그야말로 방콕을 해야 했다.
썰매
집 앞에는 그리 좁지 않은 인도와 그리 넓지 않은 차도가 있었는데, 완만한 경사가 있어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썰매를 타곤 했다. 그 당시에 동네 사람들은 굳이 제설제를 뿌려대거나 빗자루로 온종일 눈을 쓸지 않았다. 눈은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오고, 지금도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썰매를 태우며 고생을 하시면 그다음은 어머니 차례이다. 골목대장 퉁퉁이 저리 가라 하는 체격과 식성을 가진 아들 두 놈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신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흡입했음에 틀림이 없다.
팬케이크, 베이컨 그리고 써니 사이드업
후라이를 좋아했다. 고급진 말로 하면 써니 사이드업, 한국어로는 계란 노른자가 이쁘게 보이는 평범한 후라이다. 베이컨과 써니 사이드업이 미국식 아침 식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기름진 음식으로 꾸역꾸역 추운 겨울을 나는 미국인들을 동정했는데, 이제는 그 동정이 열량 높은 음식 섭취를 위해 스스로를 설득하는 근거가 되어버렸다.
팬케이크도 좋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팬케이크를 메이플 시럽 없이는 절대로 먹지 않는다. 팬케이크를 먹을 때는 항상 오목한 접시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적셔 먹는다. 팬케이크를 먹는 건지, 시럽을 먹는 건지 오해할 만한 정도로 뿌려 먹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6살 꼬마의 눈에는 팬에 무언가를 올려 요리를 한다는 것이 소름 돋게 멋있는 행위였다. 그때부터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여전히 팬에 굽는 베이컨과 후라이, 오믈렛과 팬케이크 등 온갖 미국식 요리들은 내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그 설렘을 느끼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음식점이 있다.
버터핑거 팬케익스
Garden Omelettes - 20,800원
(모짜렐라 치즈, 샐러리, 토마토, 양송이, 청피망, 양파가 들어 있는 오믈렛 그리고 팬케익)
Butterfinger Blast - 12,400원
(오레오 쉐이크)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팬케이크와 와플 등의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파는 음식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단연코 가장 맛있는 집은 버터핑거 팬케익스이다. 텁텁하게 기름진 촉감 없이 한 입 한 입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꽂힌다. 메이플 시럽 듬뿍 적신 팬케이크를 먹은 후 BUTTERFINGER BLAST를 한 모금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이 밀려온다. 음식 앞에서 열량 따위가 우리를 주저앉힐 수는 없다.
[폭식 칼럼] 제 7화.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 버터핑거 팬케익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