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칼럼]제 9화.프렌치 코스 요리
오합지졸은 승리한다
SF 영화 속 뻔쩍뻔쩍 빛나는 우주선을 따라 처음으로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던 6살 무렵 가장 크게 열광했던 영화는 다름 아닌 스타워즈다. 그 당시에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한 도시에서 살았는데, 부모님을 따라 Toys'R'us (미국 최대 규모의 장난감 판매점)을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스타워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스타워즈의 골수팬이 되어갔다. 스타워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주인공이 성장해가면서 겪는 성장통에 관한 긴 서사이다. 그 서사 속에서 주인공 루크 (Luke Skywalker)는 광선검과 포스라는 무기를 이용해 Sith (악한 세력)에 맞서 싸운다.
아쉽지만 당연하게도 세대가 지남에 따라 스타워즈는 그 빛을 잃어갔고, 그에 따라 기억 속에서 다스베이터와 츄바카 (스타워즈 속 최애 등장인물)를 끄집어내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러던 중 오늘 업로드된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스타워즈를 주제로 조승연과 미키김이 신나게 떠들어대는 모습을 너무 즐겁게 보았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어릴 적 보았던 스타워즈를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이 존재했다.
스타워즈는 크게 제다이 (선한 세력)와 Sith (악한 세력)의 대결 구도를 지니고 있다. 제다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외형, 문화 그리고 싸움의 방식 등에서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광선검의 길이, 색깔, 무기 종류, 머리 길이, 눈동자 색깔 등 모든 부분에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반면 Sith는 한 명의 수장 아래 모두가 클론이라는 동일한 이름과 동일한 모습을 띤다 (실제로 모든 졸개들이 한 생명체의 복제품이다). 조승연 작가는 이러한 부분들을 보며, 미국인들이 공산주의 국가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사상에서 비롯된 설정이라 설명하였다. 더 나아가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세대가 서로의 다양성과 장단점을 존중하며 성장하는 실리콘밸리를 일궈내는 데 이 영화가 기여를 했을 거라며 영상을 끝마쳤다.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오합지졸은 승리한다.
정갈하다
"깨끗하고, 가지런하고, 정돈되어 있다. 또는 음식의 맛이 잡스럽지 않다."
정갈하다는 말은 곱씹어 볼수록 모순되는 부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Sith 같이 완벽하게 정렬이 된 모습을 정갈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제다이와 같은 오합지졸이 모여 서로 다른 색의 빛을 내는 모습 속에서 참된 조화로움을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정갈하다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음식을 먹을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거칠고 야생적인 맛은 때때로 새로운 영감과 신선한 맛을 주기 때문에 "잡스럽다"라는 표현을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먹고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에는 '튀는 것 없이 평범하지만 무난한' 것보다는 '특색이 있어 아름답지만 거칠지 않은' 것을 섭취했을 확률이 높다. 그것이 '정갈하다'라는 말속에 숨어 있는 진짜 의미이기 때문이다.
줄라이
런치 코스 - 59,000원/ 인당
줄라이는 야생적인 맛을 내려하지 않는다. 보통은 먹기 시작할 때와 먹은 직후에 기분이 좋으면 그 레스토랑은 성공했다고 하지만, 줄라이는 먹기 시작해서 모든 음식을 끝마칠 때까지 기분이 좋다. 앞뒤로 연결되는 요리 중 유별나게 잡스럽거나 거친 요리 없이 물 흐르듯 코스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모든 주재료는 부재료들과의 배합이 좋고 각자의 개성이 있어 진정한 의미의 정갈함을 뽐낸다.
[폭식 칼럼] 제 9화. 프랑스 요리 - 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