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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02. 2021

사기전이운인지전(舍其田而芸人之田)

사기전이 운인지전(舍其田而芸人之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밭은 버려두고 남의 밭을 가꾼다'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양궁에서 한국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안산'선수를 비난하는 일부 누리꾼들을 보며 떠올리게 되는 말입니다. 이제 겨우 20세 약관의 나이. 어리다면 아직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기만 한 무게의 비난의 글들이 누리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일파만파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자신의 SNS에 올린 남성 혐오로 오해받을 만한 표현과 숏컷이 문제였습니다. 일부 반페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안산'선수를 페미니스트라 비난하며 그녀에게 온갖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안산 선수는 침착하게 경기를 진행하며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침착성은 경기 도중 읽을 수 있는 심박동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오죽하면 '기계가 고장 났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안산 선수가 경기 중 보여준 심박동수의 평균은 약 80~90 BPM인데요. 이는 보통 성인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휴식을 취했을 때의 심박동수인 60~100 BPM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강심장을 가진 선수입니다. 특히 준결승 슛오프에서 마지막 화살을 쏠 때조차 108 BPM을 유지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때 상대 선수들의 심박수가 140~ 160 BPM이었던 것과 대비가 됩니다.


이런 강심장을 가진 안산 선수였기에 오해와 비난의 댓글 가운데서도 자신의 루틴을 잃지 않고 마침내 3관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안산 선수는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기 위해 '혼잣말을 계속했다'라고 털어놓으며 시상식에서 잠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훈련하느라 고생했던 것뿐만 아니라 때아닌 비난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시간들이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정을 짧은 눈물로 흘려보내고 여전히 웃고 있는 모습에서 안산 선수의 강인함과 침착함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됩니다.


여기서 저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양궁으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어린 선수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맹자가 한 말은 어쩌면 비난의 화살을 쏘아 올린 누리꾼들에게 적용되지 않을까요?

사기전이 운인지전(舍其田而芸人之田)

'사람의 병은 자기 밭은 버려두고 남의 밭을 가꾸는 것에 있으니 남의 잘못을 파헤치는 것은 크게 여기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은 가볍게 본다'


어쩌면 타인의 허물을 드러내고 파헤치기보다 먼저는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바로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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