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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08. 2021

토사구팽(兔死狗烹), 불가여공안락(不可與共安樂)


공을 함께 나누며 마음이 편하고 즐거울 수는 없다

불가여공안락 不可與共安樂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이었던 '범려(范蠡)'가 월나라를 떠나면서 '문종'에게 한 말입니다. 그는 '문종(文種)'과 함께 월나라의 왕이었던 구천(句踐)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구천을 중원을 다스리는 패자(霸者)로 만듭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구천의 곁을 떠납니다. 구천은 20년 지기인 범려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원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지만 범려는 "군주는 자신의 명령을 행하고, 신하는 자신의 뜻을 행할 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그리고 대부인 문종에게 편지를 씁니다.



새를 다 잡으면 활은 창고에 넣어두고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게 된다오. 월왕은 사람됨이 목이 길고 입은 새부리처럼 생겼으니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겠지만 즐거움은 함께 누릴 수 없구려. 그대는 어찌 떠나지 않소?






새를 다 잡으면 활은 창고에 넣어두고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

비조진, 양궁장, 교토사, 주구팽

蜚鳥盡, 良弓藏, 狡兔死, 走狗烹


사기()》의 월왕구천세가()의 대목으로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즉, 목표물이었던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 역할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되어 주인에게 잡혀 삶아 먹히게 된다는 말로, 필요할 때는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려지는 경우를 이를 때 쓰는 말이죠. 범려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구천을 떠나 초야에 묻혀 상업에 종사하며 조용히 지냅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했음에도 결국 영광은 한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유유자적 구천의 곁을 떠납니다. 제나라에 은거한 범려는 문종을 염려하여 편지를 보냈지만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길 망설이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사게 되어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토사구팽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한신의 이야기로도 유명합니다. 한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이었던 한신은 초왕에 봉해지지만 유방은 언제나 그가 세력을 키워 도전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러다 적장이었던 항우의 부하 종리매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면서 유방의 세력들이 한신을 포위해 들어옵니다. 그때 종리매의 목을 갖다 바쳐 반역의 의심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초왕에서 강등당하고 회음후가 되었습니다. 이때 한신은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팽' 당하는구나(烹)"라고 한탄하며 유방을 원망했습니다. 


여기서 범려나 한신의 일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역사를 보게 되면 나라를 세우기 위해 함께 했던 공신들이 하나씩 척결당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한신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듯 조선 건국 당시에도 태조 이성계의 뒤를 이은 이방원은 공신들을 모두 처형했으니까요. 그 외에도 토사구팽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어려움을 함께 하며 회사를 일구어낸 후, 회장 자리에 앉거나 또는 이후 승계된 일인자에 의해 회사의 공신들이 하나씩 자리를 떠나게 만드는 일은 흔한 소재이자 드라마틱 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정치계의 토사구팽은 비일비재한 일이라 외면하고 싶은 구석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대선을 앞두고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정권교체를 외치며 함께 어려운 길을 걸어왔던 정치인이 어느 날, 내부고발자에 의해 성추행의 의혹을 떠안고 감옥으로 향하고, 산행을 하러 올라가 자살을 하고, 주목받던 거목이 하루 한날 주검으로 발견되고.... 그 외에 정치적 신념이 괜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줄줄이 비엔나 엮이듯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시대를 견뎌내며 신념 하나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은 시대, 정치인으로서 뜻을 펼 수 있는 시기에 안타까운 내리막길을 마주하게 된 것이죠.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이유들이 있을 테지만 이 모든 일이 한 정권의 집권기에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관을 헤쳐 나온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 부패한 정권교체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일이 해결되고 나면 함께 했던 사람들의 공로는 잊어버리거나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토사구팽 하는 것이 역사와 지금의 현실입니다. 결국 산 위에 우뚝 서서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혼자이지, 함께 공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범려는 월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가여공안락 不可與共安樂'의 심정으로 자신만의 길을 떠난 것입니다. 


요즘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도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견뎌내야 했던 숱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이들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처음 자신의 길을 선택했을 때부터 기초부터 가르치고 선수로서의 자질을 알아보고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했던 스승들과 코치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응원한 부모님과 관계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성공은 혼자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함께 나누고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더욱 오래도록 정상에 있게 하는 비결이 아닐까요? 


에베레스트산이 멋지고 웅장해 보이는 까닭은 그를 받쳐주고 있는 수많은 산맥과 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를 더욱 리더답게 만드는 것은 그 주변에 포진된 참모들이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서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동고동락한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넓은 아량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성공'을 아는 사람의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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