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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12. 2021

행불유경 비공사미상지어언지실야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자유위무성재 子游爲武城宰

자왈 여득인언이호 子曰 女得人焉耳乎

왈 유담대멸명자   曰 有澹臺滅明者 

행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 제14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遊)가 노(魯) 나라에서 벼슬자리에 올라 무성(武城)의 재상이 되었습니다. 자유(子遊)는 자하(子夏)와 더불어 문학에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그런 그가 벼슬에 올랐으니 공자는 마음이 흡족하여 그에게 축하를 하러 간 것입니다. 


공자는 혼자서는 좋은 정무를 펼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함께 일할 인재가 있는지 자유에게 물었습니다. 

"일을 잘하려면 좋은 협력자가 필요하다.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이때 자유는 담대멸명(澹臺滅明)을 이야기하며 그의 사람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언제나 큰길로 행할 뿐 결코 지름길이나 뒤안길로 다니지 않습니다. 또한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의 집에 온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의 안목을 칭찬했을 것은 물론, 마음으로 기뻐했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조직을 이끌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한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리더를 중심으로 목표를 이루어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시너지를 주는 사람은 정말 소중합니다. 유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옆에 관우라는 명장이 있었기 때문이고 조자룡이라는 명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올곧은 사람을 알아보고 소중하게 대했던 유비의 안목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재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유(子遊)처럼 인재를 발탁하는 눈이 없다는 것이 하나이고, 담대멸명(澹臺滅明) 같은 올곧은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가장 엄격하고 정직해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무원들이 오히려 고급 정보를 가지고 투기를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이것이 한두 해에 걸친 것이 아니며, 공무원직을 파면당해도 재산을 불려 놓아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적인 업무를 다루는 사람'으로 가장 정직해야 하고 가장 올곧아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고 우리나라의 공무원의 대다수가 뿌리부터 썩어버린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를 파 보니 자꾸 드러나는 썩은 가지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정치계의 모습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관행처럼 진행되는 인사 청문회는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리더를 잘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그와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면 어떻게 협력해 일을 해 나갈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필요한 자리에 꼭 알맞은 인재를 앉히기보다 경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측근들을 추천하는 것을 볼 때면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결국에는 얼마 되지 않아 도태되고 낙향하고 맙니다. 인사를 두고 무조건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반대로 무조건 측근을 내세우려는 정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건 국민들이라는 사실이죠.


자유(子遊)는 담대멸명(澹臺滅明)의 사람됨을 볼 때 '행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함을 보았습니다. 지름길이나 뒷길로 다니지 않고 큰길로 다니며 공적인 일이 아니고서는 방문하지 않는 것을 통해 그 사람의 올곧음을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행불유경(行不由徑)은 군자대로(君子大路行)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으로 군자의 행동거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유는 지름길을 택하거나 뒷길을 택해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사람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재를 발견하고 중용했을 것이고 민생이 안정된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닐까요?


이제 앞으로 또 한차례의 대선이 다가옵니다. 다시 한번 국민에게 인재를 선택할 중요한 칼자루가 쥐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까요? 공자가 자유(子遊)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정치인들에게도, 모든 리더들에게도 되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女得人焉耳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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