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선수가 턱수염을 기르는 것이 정말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손흥민 선수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상대편에 항상 골을 넣으며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수험생들이 시험 직전 나름대로의 행위를 하는 것이 과연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안타깝게도 이봉주 선수의 턱수염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96년에 턱수염을 통해 얻은 성과는 이후 1997년 3월에 열린 동아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13위에 머물렀던 것이다. 또한 손흥민 선수도 노란 유니폼의 상대에게 질 수 있는 것이고 수험생들은 학교 정문에 떡하니 붙여놓은 엿가락에도 불구하고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이러한 징크스에 대한 미신적인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우연히 행했던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험을 한 후에 그 특정 행동에 대한 정신적인 안정감과 결과에 대한 믿음이 생겨 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특정 행동이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한 예로 심리학자 버러스 프레데릭 스키너는 비둘기를 상자에 넣고 15초에 한 번씩 먹이가 나오도록 조작을 했다. 그리고 가운데에 지렛대를 두었는데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15초 동안 최소한 한 번은 지렛대를 눌러야 한다. 그런데 매우 특이하게도 어떤 비둘기는 왼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 지렛대를 눌렀고, 다른 비둘기는 먹이가 나올 때까지 계속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여기서 생각할 것은 비둘기들이 왼쪽으로 세 바퀴를 돌거나 제자리에서 뛰는 것은 먹이가 나오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무조건 15초에 한 번은 먹이가 나왔으니까. 그러나 비둘기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다. 우연히 왼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 지렛대를 눌러 먹이를 얻은 비둘기는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고 먹이를 얻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연히 한 행동이나 이루어진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거나 혹은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면 그것이 결과에는 전혀 상관없는 일임에도 마음은 그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다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학습된 기억에 의해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이 시합을 하기 전,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전, 결과는 불확실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감이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사전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우회적이나마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징크스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1958년 독일 정신 병리학자 클라우스 콘라트가 사용한 심리학 용어로 아포페니아 Apophenia가 있다. 이는 서로 연관성 없는 현상이나 정보에서 규칙성이나 연관성을 추출하려는 정신적인 작용을 뜻하는데 가령, 우리가 달 표면을 보면서 떡방아 찣는 토끼를 연상한다거나, 별들의 위치를 이어가며 별자리를 만드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멕시코 대표 음식인 토티야가 탄 것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발견했다거나, 화성 표면에 사람 얼굴을 발견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다 아포페니아에 속한다. 즉, 모호하고 흐릿한 것들에 어떤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뜻한다.
또한 동시성에 자주 노출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오후 12시 12분을 본 후 연속해서 12시 12분을 보는 동시성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의 속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언이나 점술 등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사람의 심리를 붙잡아 두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은 무작위로 일어난 하나의 우연일 뿐 거기에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에 달려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되면 거기에 마음은 움직인다. 그러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불안감은 자라기 시작하며 얽매이게 만드는 것이다. 즉, 아포 페니아 현상일 뿐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내적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징크스는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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