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계발(啓發)해 주지 않고
표현하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으면 깨우쳐주지 않는다.
한 모퉁이를 가르쳐 주었는데도 세 모퉁이를 알지 못하면
거듭 가르치지 않는다.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부야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 8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체적인 의미를 다시 새겨 보자면,
'스스로 터득하려고 무한히 애쓰지 않는다면 배움과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본질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먼저 알려주거나 나서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를 보여줍니다. 제자가 먼저 궁금해 안달이 날 때까지 참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분불계 불비불발(不憤不啓 不悱不發)입니다. 공자는 약 3천 명에 달하는 제자를 양성한 사람입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배움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들 가운데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배출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공자가 중시한 '자기계발(自己啓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계발(啓發)이라는 말은 재능이나 생각, 사상 등을 깨우치는 것으로 실제 공자가 처음 사용한 말입니다.
공자는 제자가 스스로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달을 내고 화가 날 지경이 돼서야 비로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넌지시 길을 터주었습니다. 또한 제자가 길을 잃고 헤매고 답답해하고 있을 때 한마디 덧붙여 주었습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대신해 보면 좋겠네"라고 말이죠.
넌지시 옆에서 한 마디 거들어 주며 제자가 고민하던 것에 대한 길을 열어주었을 때 제자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아마 '심봤다!!'를 외치지 않았을까요? 막막하고 어두웠던 밤길에 한줄기 빛을 본 느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고민하면서 느꼈던 것에 시너지 효과가 더해져 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힘 있게 나아가는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요?? 성취감, 희열, 끈기가 한 번에 길러지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공자가 바라던 것은 자기계발(自己啓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 그래서 공자는 제자들이 스스로 무언가 해결하고자 안달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고 그제서야 가르침을 주었을 때 가장 효율적인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녀의 자기계발, 공자의 가르침을 새겨봅니다.
얼마 전 동생네가 초등학교 3학년 조카에게 노트북을 사 주었습니다. 아직 키보드조차 제대로 두드리지 못하는 조카를 보고 답답해하는 삼촌이 "이 나이가 되도록 컴퓨터 키보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찍다니... 도대체 그동안 뭐 했어?"라는 말에 부모가 번뜩 정신이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아이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임을 장착한 노트북이 조카의 손에 넘겨진 것입니다. 부모의 주머니를 털어 조카의 손에 들어간 노트북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는 처음과 달리 노트북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안타까움, 다른 아이들과 비교에서 오는 조바심, 혹시 내 아이가 시대에 뒤떨어질까 하는 두려움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조카의 경우에는 스스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부모의 권유에 마지못해 이것저것 체험을 하면서도 끈기 있게 무언가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제3자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깝기만 합니다. 삼촌 집에서 VR 게임을 할 때도 한 단계를 넘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거나 스스로 애쓰는 마음을 갖기보다 '안 해, 못 해, 그만할래'를 외치며 손을 놔버립니다. 간절함이 보이지 않기에 무엇을 가르친다는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순간입니다.
동생네는 아이에게 이러 저런 경험을 많이 해 보게 해 주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게 답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아이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자신이라는 것.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는 자신들의 힘을 사용해 아이의 자기계발(自己啓發)을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혼자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포기한 채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의 힘에 의지하는 습관이 들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즐거운 놀이처럼 이것저것 흥미를 보이고 그 흥미에 좇아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죠.
부모님의 힘을 통해 길을 터 주기 전에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끈기와 근성'입니다. 스스로 화가 날 정도로 간절하고 괴로워할 때, 그때가 바로 자기계발(自己啓發)의 시점입니다. 바로 그때가 부모가 나서서 길을 열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전까지는 공자가 했던 것처럼 인내로써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것이 답이 아닐까요?
공자의 말이 지금 귓가에 생생하게 울립니다.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