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올라온 영화 유전(Hereditary), 한 번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아 세 번을 보고서야 영화 속에 던져진 떡밥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공포, 미스터리, 고어 영화로 조금은 불친절한 설명으로 관객들은 다소 어려움을 느끼지만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관람한다면 이보다 무서운 영화는 또 없을지 모른다.
영화 유전(Hereditary) 속에 감추어진 떡밥을 풀어 해석하면서
영화가 가진 공포와 악마숭배집단들의 계획에 빠진 한 가족의 패망, 그리고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유전(Hereditary)
공포, 미스터리, 고어
개봉일 / 2018. 06. 07
재개봉일 / 2020. 04. 22.
재개봉일 / 2023. 06. 30.
러닝타임 / 127분
등급 / 15세 이상 관람 가능
감독 / 아리 애스터
출연진 / 토니 콜렛, 밀라 샤피로, 알렉스 울프, 가브리엘 번
디오라마 미니어처가 던지는 떡밥 해석
영화 유전(Hereditary)은 미니어처 조형사인 애니의 작업실을 클로즈업하면서 시작한다. 애니의 작업실에 놓인 미니어처는 애니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그대로 만들었는데 조금씩 클로즈업되면서 그것이 현실인지 미니어처인지 혼돈스러워지며 그 미니어처 속 피터의 방문을 열고 아빠 스티브가 들어온다.
영화 중간중간, 애니는 자신의 일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디오라마 미니어처를 만들기도 하는데. 죽은 엄마 엘렌이 자신의 집에 함께 사는 이야기와 요양원의 이야기 그리고 딸 찰리가 죽은 장소와 아들 피터가 목이 잘려나간 채 침대에 누워있는 모형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는 영화의 결말을 이해하게 된다면 결국 애니와 가족이 살고 있는 집과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조형사 애니가 미니어처를 만들기도 하고 부숴버리기도 하듯 애니의 가족을 어떤 계획하에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존재라는 것과 애니의 가족은 그 존재에 의해 움직여질 수밖에 없는 미니어처 같은 힘없는 존재라는 사실로 해석된다.
즉, 악마 파이몬의 막강한 힘이 애니의 집을 항상 맴돌고 있다는 것, 애니와 가족들은 미니어처인 애니의 집처럼 파이몬에 의해 계획되고 부서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중간에 애니는 마감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으며 공들여 만든 미니어처를 부숴버리는데 이는 영화 유전(Hereditary)의 결말에서 애니의 가족이 모두 희생당할 것에 대한 암시로 해석할 수 있다.
악마 파이몬 숭배와 소환 의식 떡밥 해석
파이몬에 대한 해석
파이몬Paimon은 솔로몬의 72 악마 중 9번째 악마다. 기독교와는 별개의 내용으로 솔로몬 왕이 봉인했다고 알려진 72 악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파이몬이다. 악마학에 따르면 이 72 악마는 지옥에서 작위를 가지고 있고 대규모 군단을 지닌 것으로 전하고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은 마법의 반지를 이용해 악마들을 부려 예루살렘 성전을 구축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그중 파이몬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남성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자신을 소환하는 사람들에게 명예를 주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며 소환자에게 다양한 지식을 전해주고 답변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런 파이몬을 소환하려는 악마 숭배자들은 영화 유전(Hereditary) 결말에서 자신들에게 '세상사의 모든 비밀을 풀어주고 부와 명예를 주소서'라고 구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는데. 파이몬의 문장이나 여린 소년인 피터의 몸으로 들어가는 등의 설정은 악마 파이몬의 내용과 멀지 않다.
죽은 애니 엄마, 엘렌의 비밀의식과 찰리와의 관계
영화 유전(Hereditary)은 애니의 엄마 엘렌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애니는 엄마의 기괴한 삶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남편 스티브 역시 엘렌을 멀리하며 살았지만 병들은 엘렌을 요양원에 모시다 집으로 들이게 된다. 엘렌의 장례식과 이후의 소지품에서 나온 엘렌에 대한 단서를 볼 때 엘렌은 파이몬의 영혼결혼식을 한 것으로 해석되며 파이몬의 부활을 위해 자신의 가족과 애니의 가족을 희생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엘렌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심령술에 대한 메모와 함께 남겨진 편지 내용이다.
상실에 절망하지 말고
날 미워하지 말렴
-엘렌-
손녀 딸 찰리를 돌봐주면서 찰리에게 파이몬을 깃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중반에서 던진 떡밥에 따르면 '마술서'에 기록된 파이몬은 어리고 연약한 남자의 몸에 환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바 파이몬 숭배자들의 최종 목적은 바로 애니의 아들인 '피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터를 지키려는 스티브의 노력 덕분에 피터에게 파이몬이 깃들도록 하는 의식이 실패하자 찰리가 태어나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 남성적인 이름인 '찰리'라 이름 짓고 남자아이처럼 키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찰리는 엘렌이 한 말을 꺼내기도 하는데... "할머니는 내가 손자였으면 좋았겠다고 말했어요"라고... 그리고 다음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제 누가 날 돌봐줘요.
엄마가 죽으면요(찰리)
넌 아기일 때도 운 적이 없어.
태어날 때도 울지 않았지
오늘은 울고 싶니?(애니)
이 대화는 매우 의미심장한데, 결말에서 드러난 찰리의 실체, 즉 악마 파이몬인 찰리는 이미 애미를 죽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오빠 피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찰리는 엘렌이 파이몬을 깃들게 한 제물이었던 것. 그리고 찰리는 진정한 파이몬 소환에 필요한 제물로 목이 잘려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찰리는 여린 소년의 몸으로 부활할 파이몬이 잠시 머물 인간의 몸이었던 것뿐. 찰리 역시 보통의 어린 소녀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가령 창에 부딪혀 죽은 새의 머리를 가위로 잘라 장난감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피터와 함께 파티에 억지로 동행한 후 호두가 든 케이크를 먹고 목이 부어 숨을 쉬지 못하게 되자 급히 집으로 달려오는 도중에 전봇대에 머리가 부딪혀 목이 잘려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 전봇대에는 파이몬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찰리의 운명이 파이몬의 계획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애니는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애니가 16세에 오빠는 조현병으로 자살했는데 엄마가 자기 몸에 누군가를 집어넣으려 한다고 했다는 것. 또한 아빠는 굶어죽었다는 것. 이 고백은 매우 중요한 떡밥으로 엘렌은 이미 자신의 아들을 파이몬이 깃들 제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로 인해 엘렌의 아버지 역시 소환 의식의 제물로 바쳐졌을 가능성까지도 해석할 수 있다.
엘렌은 자신의 아들에게 파이몬을 깃들게 하려 했지만 아들이 자살하면서 실패로 돌아가자 딸 애니의 가족에게로 눈을 돌린 것으로 해석되는데. 찰리의 방뿐만 아니라 벽 이곳저곳에 SATONY 같은 이상한 글자가 기록된 것은 파이몬 소환에 필요한 주문이라는 것도 금세 눈치채게 된다.
영매의 피가 흐르는 가족, 그리고 파이몬의 소환
엘렌은 대표적인 영매였다. 그래서 파이몬 악마 숭배집단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파이몬의 왕비로 결혼식을 하며 비밀의식을 올렸던 것이다. 애니에게 일부러 접근한 조앤 역시 악마숭배집단의 일원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파이몬 소환 의식을 위해 연기를 하며 접근한 것이다.
애니를 처음 집으로 들였을 때 차를 내주었는데 그 안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어떤 물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애니는 이빨에 끼었다며 손으로 끼인 검은 물질을 꺼내 보이기도 한다. 영화 유전(Hereditary)은 일부러 이 장면을 클로즈업하며 관객들에게 장면을 각인시킨 것으로 보아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가 함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애니가 그 차를 마신 후로 환각상태를 보이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찰리의 영혼을 소환하려는 영매술을 피터와 스티브가 보는 앞에서 한 후로 찰리가 평소 그린 듯한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없애려고 화로에 집어넣기도 하지만 그때 자신의 몸에도 불이 붙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이 실제 붙은 불인지, 아니면 애니가 만든 환각인지 관객들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초자연적 현상이 파이몬의 계획의 일부라는 것과 애니의 가족에게, 그리고 주변에 얼쩡거리는 조앤 이하 모든 것들이 모두 피터에게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유전(Hereditary)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이몬이라는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영매의 피가 흐르는 인물에게로 대물림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영매의 피가 흐르는 애니는 물론 찰리의 영혼 소환술을 하던 장면에서 아버지 스티브는 느끼지 못했던 공기의 흐름을 느낀 피터까지 영혼의 기운을 느끼는 영매의 피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영매지만 손주와 아들까지 죽은 조앤의 경우는 파이몬 소환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바, 파이몬 소환에는 유전적인 대물림의 구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의 제목에 맞닿아있다.
하얀 빛의 정체, 그리고 피터에게 깃든 파이몬
영화 유전(Hereditary) 초반에는 찰리 주변에 하얀 빛이 맴돌지만 찰리가 죽은 후 그 빛은 피터 주변을 맴돈다. 이윽고 아버지 스티브가 불에 타 죽고 제물로서의 희생이 채워지면서 애니는 벽을 타고 돌아다니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자 겁에 질린 피터가 다락방으로 도망친다. 여기서 스티브가 불에 탄 것은 파이몬 소환의식에서 필요한 제물이었을 것으로 해석되는데. 영화에서는 애니가 스케치북을 화로에 던지가 스티브에게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이지만 극심한 환각 상태에 빠진 애니가 남편에게 불을 붙였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하튼 다락방으로 도망친 피터. 그러나 눈앞에는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인 벌거벗은 사람들과 공중 부양한 애니가 피아노줄로 목을 자르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충격으로 다락방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피터의 몸으로 하얀 빛이 깃들고, 묵이 잘린 애니의 몸은 공중 부양되어 찰리가 쓰던 트리하우스로 올라가고 피터 역시 그곳으로 올라간다.
트리하우스에 모인 악마숭배자들 그리고 파이몬
트리 하우스에는 목이 잘린 엘렌과 애니의 신체와 살아있는 악마숭배자들이 절하듯 엎드려 있었는데 피터가 올라가자 피터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고 경배한다.
즉, 피터는 다락방에서 떨어지는 순간 죽음을 맞았고 그 몸에 파이몬이 깃든 것. 파이몬의 소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악마숭배자들은 이미 엘렌 때부터 피터를 노리고 있었고 애니를 비롯해 찰리, 스티브까지 모두 희생 제물로 삼을 것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 소름 돋는 장면이 아닌가!!!
영화 유전(Hereditary)은 영매인 엘렌으로부터 시작했을까? 아니면 그 훨씬 위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여하튼 영매의 피가 흐르는 가족에게 대물림되어 악마 파이몬을 대대로 소환하는 의식을 치르며 내려오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애니는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엄마의 삶을 대물림 받는 셈이다.
유전 포스터에 담긴 의미 해석
영화 유전(Hereditary) 포스터를 보면 찰리의 클로즈업 된 얼굴 앞에 동물의 머리와 머리 없이 경배하는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듯한 찰리는 이들을 만든 장본인으로 찰리가 파이몬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파이몬의 계획, 어리고 연약한 남성의 몸에 깃들기를 원했던 파이몬은 찰리의 몸에 잠시 깃들어 있던 것. 결국 애니를 희생제물로 삼고 피터의 몸에 깃들 계획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를 세 번 관람했지만 재 관람하면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소름 돋고 무서운 영화가 아닐까. 다시 한번 더 관람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다. 진심으로 소름이 돋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