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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Aug 08. 2019

한국형 재난 영화 엑시트, 탈출구 없는 웃음과 감동

개봉한지 8일째, 벌써 손익분기점인 350만 관객을 훌쩍 넘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엑시트. 한국형 재난 영화로 아마도 손에 꼽을 성적을 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엑시트 흥행 질주 / 전 세계 24개국 수출 


현재 엑시트는 한국 재난 영화의 한 획을 긋는 중요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평을 받는 가운데 전 세계 24개국으로 수출이 이루어져 상영되고 있고 상영을 앞두고 있다. 8월 2일 북미에 개봉, 8월 9일 베트남 개봉, 8월 21일 인도네시아, 8월 30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북미, 오세아니아까지 개봉이 될 예정이다. 현재 한일 양국 간의 경제 위화감이 도는 가운데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사랑하는 그런 한국 영화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 엑시트 어떤 매력이 숨어있나? / 보편적인 평가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업본부 해외 배급 팀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존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역이나 신파 등의 코드가 없는 색다른 재미를 가진 한국형 재난 영화라고. 한국 특유의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유머와 재치, 그리고 스릴 넘치는 탈출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로 현실 코미디가 적절히 녹아있어 국적과 언어를 넘어 통용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국내 개봉 전부터 엑시트에 관심을 가진 해외 바이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 엑시트의 대략 SYNOPSIS /


주인공 용남은 대학 졸업 이후 몇 년째 취직을 하지 못한 청년 백수로 '놀고먹고 자고'를 하루 일상으로 살아간다. 가족이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에서도 유일한 장남이라는 탓에 또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엄마의 고희 잔치를 위해 예약한 행사장에서 마주친 후배 의주와는 대학시절 산악부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다.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의주에 대한 마음이 살짝 비치며 수줍게 다가온다.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퍼져가는 독가스로 잔치에 남아있던 가족과 지인들이 건물에 갇히게 되면서, 위로 서서히 올라오는 독가스를 피해 다들 높은 곳으로,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  용남과 의주의 기지가 발휘된다. 과연 이들은 모두가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을까???


한국형 재난 영화 엑시트의 매력 / 개인적인 견해            


사실, 영화를 보는 첫 도입부부터 나도 모르게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이미 마음이 다 열린 탓이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영화 첫 도입부부터 몰입되고 있었다. 조정석의 연기는 이미 녹두꽃이나 기타 연기를 통해서 마치 실제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자연스러운 것이라 그는 이미 영화 속에서 그려내는 백수 청년이었다. 조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은 어쩐지 짠하기도 하다.                       


일단, 영화 엑시트는 조정석과 임윤아 두 배우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조정석의 생활 연기는 가히 달인 수준이어서 최근 드라마 녹두꽃을 촬영하면서 더 많은 성장을 했다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연기의 몰입도가 상당한 편이다. 소심한 성격을 드러내면서도 마음은 따뜻한, 그러면서도 강인한 후배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한 그의 행동은 용기 있고 희생정신이 살아있는, 소심한 백수 용남의 성격을 그대로 잘 드러내고 있다. 사실, 용남의 상황과 처지에 웃으면 안 되는데도 그는 깔깔대며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임윤아는 용남이 마음에 두고 있는 후배 의주로 역할을 맡았다. 한때 잘 나가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 광고 모델로, 연약하고 야리야리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영화 속 의주는 마음으로든 두렵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의리 있고 용기 있는 캐릭터였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용남을 강하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보여주며, 암벽을 오르는 모습과 건물을 오르고 뛰어다니는 역할을 몸을 사리지 않고 해내는 모습은 배우로서의 임윤아를 다시 보게했다. 


두 배우(조정석, 임윤아)가 영화 엑시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연약한 모습을 뒤로하고 뛰고 달리고 오르고 밧줄에 의지하는 두 팔과 두 다리를 강하게 하기 위해 체력단련은 필수였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고 능청맞은 연기를 하기까지 촬영에 몰입하는 두 사람의 노력을 엿보게 한다. 

           


영화 엑시트의 또 다른 매력은 여기에 있다.


조정석과 임윤아 두 주인공만으로 이 영화를 끌고 갔다면 흥행은 역부족이었을 듯하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과 함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의 달인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고두심 씨와 박인환 씨 그리고 김지영 씨 등의 배우들이 울고 웃게 만드는 주요 캐릭터들이다. 영화 첫 부분에 등장하는 고두심과 박인환의 캐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부부의 일상을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김지영(용남의 누나)과 조정석의 캐미는 나도 내 동생들에게 그러했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더 깔깔대며 웃게 만들었다. 예쁘게 찍으려고 하지 않았다. 진짜 생활 속에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영화에 나왔다. 


헛~!! 진짜 아줌마, 아저씨들이 영화 속에 나왔네...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나도~나도~'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어쩌면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시대에, 조금은 지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 현실 엿보기를 통해 비슷한 상황에서 위축되어 있는 심리를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와 희망을 끌어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지만 끝에는 무언가 남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 엑시트... 헐리우드 식 영웅을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3~4m 거리도 겁나서 뛰기 어려운 실제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낸 영화.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는 이런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구조 요청 모르스 부호)


진짜 독가스가 퍼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재난대처행동요령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극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만일 유독가스가 퍼진다거나 이와 유사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제시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씩 생각하게 된다.                       


▶일단 옥상으로 피하라 /

유독가스는 아래서 위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런데 최근 한국일보에서 이틀에 걸쳐 조사를 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종로 및 양천구 목동 일대 상가, 주거 단지 34곳을 조사했는데 절반 이상이 옥상 출입문을 잠가두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드는 을지로 일대의 유명 카페나 식당도 마찬가지긴 한가지. 옥상을 막아두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 사옥의 방화 사건때,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서 약 20명이 사망한 것을 보더라도 옥상 문의 개방은 필요해 보인다. 현행 옥상 규정은 애매한 상황으로 2016년 이후 지어진 건물만 자동 개폐 장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5층 이상 건물 가운데 공연장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옥상을 개방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외 카페, 식당, 다세대 주택은 옥상 개방이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시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왜, 이 동네는 옥상을 다 잠가두는 거야!!



▶방독면 유효 시간은 느린 호흡으로 10분, 빠른 호흡으로 15분 / 

실제 군인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방독면의 경우는 장시간 필터의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독면의 경우는 필터 기능이 개봉 후 약 20분 남짓이다. 그러므로 영화 엑시트의 방독면 사용 시간은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을 재기 위해 핸드폰 시계 알람을 맞춰 놓고 움직이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어쩌면 현실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대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독가스가 몸에 닿지 않게 온몸을 감싸라 / 물로 씻어내리기

유독가스가 몸에 닿게 되면 피부를 무르게 하고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가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온몸을 비닐류로 감싸는 것이 최상이다. 현실에서는 그러한 보호장구를 구비할 수 없을뿐더러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봉투를 이용해 온몸을 테이프로 꽁꽁 싸매는 주인공의 대처법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환자 이송법 / 마대자루와 식탁보를 이용한 들것 만들기 

혹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등에 업고 다닐 수 없는 위독한 상황의 경우, 들것이 필요하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 두 주인공은 현실적인 대처법을 보여주는데 마대자루 두 개와 식탁보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들것을 아주 훌륭하게 만들었다.


▶암벽 등반 기술 클라이밍을 배우자 (?) / 왠지 꼭 필요할 것 같은...

모든 사람을 무사히 옥상까지 탈출시키고 구조를 기다렸던 주인공의 기지는 암벽 등반 기술인 클라이밍을 익혔던 때문이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줄 하나에 의지해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는 장면에서 어쩐지 꼭 클라이밍을 배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 재난이 닥치더라도 이 정도 기술이 있다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느낌은 뭘까?


▶구조 요청 신호 SOS 모스 부호는 알고 있어야~/  · · · – – – · · ·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 입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됐다.... 영화를 보고 남는 것... 


따라 해 보세요~~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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