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밥이 없어. 들어올 때 김밥 사와요.
밥하기 귀찮은 생각에 남편에게 들어오는 길에 김밥을 주문했다. 요즘은 김밥을 제법 사 먹는 편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남편이 사다 준 김밥이 그렇게 맛있더니 그 뒤로 툭하면 김밥 타령을 하고 있다. 그래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 그게 김밥이면 어떠랴.
한참 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참치김밥, 야채김밥, 치즈김밥이 골고루 담긴 비닐봉지가 들렸다. 딱 먹고 싶은 것들로 잘도 사왔다. 요럴 때는 폭풍 칭찬을 해 주어야 다음에 또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와우! 내가 먹고 싶은 것들만 알아서 사왔네. 고마워요.
사실, 남편들은 아내의 작은 칭찬에 내심 흐뭇해한다. 작은 일에도 잘한다고 한마디만 덧붙여주면 어린아이처럼 마음을 살 수 있는 비결이다. 거기에 ‘최고’라는 추임새까지 끼워 넣으면 제대로 양념까지 더해주는 셈. 그러니 자존심 싸움한다고 칭찬에 인색하지 말고 열심히, 있는 힘껏 칭찬해보자.
설거지에 빨간 고춧가루가 좀 묻어 있으면 어때.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국물을 질질 흘리면 어때. 그냥 그 성의에 감사하며 칭찬하면 돌아오는 건 평온과 행복이다. 고래도 칭찬에 춤을 춘다고 하니 해볼 만한 장사 아닌가. 자꾸 칭찬하다 보면 칭찬의 기술도 늘고 고래는 춤추는 걸 즐거워한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가 봐.
남편은 김밥집 사장님과 나눈 대화를 풀어놓았다. 다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터라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에 비수처럼 꽂힌다. 처음 가게 오픈을 한 후 분식 메뉴가 맛있어서 오며 가며 식사를 하기도 하고 포장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통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어 남편을 통해 듣는 소식이 사뭇 궁금해졌다.
같은 요식업체 사장님들끼리 주고받는 밴드가 있나 봐. 그런데 한 사장님이 밴드에 글을 올렸대. 지난해 하루 매출이 거의 260만 원대였는데 오늘은 10만 원도 안된다고. 그랬더니 댓글이 순식간에 70개 정도가 달렸나 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단 댓글은 ‘나도...’, ‘나도...’ ‘나도...’
정말 모두가 죽음의 고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집 사장님도 장사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매출이 늘어 테이블도 늘리고 희망에 부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10%대로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반토막도 아니고. 30%도 아니고, 10% 미만이라... 하루하루 버틸수록 마이너스다. 그래서 꼭, 부디, 버티라고 말할 수 없다.
부디 버텨주세요...
속으로 되뇌지만 실물 경제를 살아가는 사장님들에게는 희망고문이다. 어쩌면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김밥집 사장님은 밴드에 누군가 올린 글을 읽어 주었다.
아마 죽어야만 끝나는 건가 봐요.
지금의 상황이다. 견디느냐, 버티느냐, 끝을 내느냐. 절박한 요식업체 사장님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물론, 요식업체뿐만 아니라 2020년을 지내온 수많은 자영업,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근로자들, 대한민국 모두가 안간힘을 다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말을 대신한 것 같아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코로나 3단계 시행으로 5인 이상은 모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차라리 강력하게 시행해 코로나를 종식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번 기회에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오늘도 1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의식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 아니 화가 치민다.
조금만 조심하면 될 텐데. 나의 이웃, 우리 가족이 고통당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텐데. 그런데도 집회를 하고 수련회를 하고, 사우나를 간다. 그렇게 개인적인 사생활을 누리는 시간에 누군가는 죽음을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견디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서로 다른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맛을 내는 김밥처럼 각각 서로 다른 개성과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각각의 재료를 따로 먹으면 맛이 없지만 한데 모아두면 더 맛있고 모양도 예쁜 김밥. 지금은 개인일 때보다 더 강한 힘을 모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 돼야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정말 제대로 된 조화를 이루어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를 종식시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