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4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by 김성호

한 인간의 지적 성장이 단 몇시간 만에 이뤄질 수 있을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과 세상을 대하고, 같은 자극을 이전과는 다르게 느끼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책을 만나고 내가 그러했듯.
대학교는 쓸모없는 곳이었다. 큰 학문은 오간 데 없이 얕은 지식으로 치장한 소인배들이 강단을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마주앉아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녀석들이 엘리트랍시고 설치고 다니는 곳이었다. 갓 스물을 넘긴 어린 녀석이 무얼 알았겠냐만 그 시절 내게 대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100명 넘게 듣는 수업에서 사실관계 틀린 얘기를 매번 떠벌리길래 참고참다 이메일로 지적하니 발끈하던 교수놈부터, 함량미달 졸문을 주며 독후감을 써오라기에 과분한 비평을 써주었더니 D-를 박아놓던 교수년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학설 몇개 내어놓고 책팔이에만 관심 있는 교수들은 또 어찌나 기고만장하던지, 속좁은 나는 학교에 정을 붙이기 어려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제법 괜찮은 도서관이 있었다는 점이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일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과 <그리고 저 너머에>도 그때 만났다. 무슨 수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들고다니는 걸 보고 궁금하여 잠깐 살펴보려던 것이 몇날며칠의 독서로 이어졌었다. 이걸 읽던 며칠 간은 수업도 전부 째고 도서관으로 출퇴근했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그렇게도 아쉬웠다.
이 책의 관심은 인간 성숙의 목표다. 우리가 성숙이라 부르는 게 무엇이며, 그를 통해 이르고자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다.
답은 안 알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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