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3

맹가, <맹자>

by 김성호

그동안 자꾸 책을 왼쪽으로 기울여 찍어 논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오른쪽으로 왕창 기울여본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켄 로치와 다르덴 형제 만큼이나 애정하기 때문이다. 회찬이형이 떠난 뒤 진보정당에도 정이 떨어졌고 그렇다고 딱히 마음이 가는 곳도 없으므로 책이나 이리저리 기울여볼 따름이다.
나는 유교를 좋아한다. 대가리 딸리는 후대에서 조져놓긴 했지만 공자와 맹자의 구상은 당대 사회에 비할 바 없이 적절했던 개혁책으로 출발했다. 사회에 앞서 인간을 바라봤고 인간을 교육함으로써 온 사회를 다스리려 했던 놀라운 사상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삶으로 이상을 실현하려 했다. 심지어는 지위와 명성을 얻고서도 타락하지 않았다.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사서삼경 중에서도 <중용>을 뺀 사서 세 권은 각별히 훌륭하다. 이중에서 쾌감이 큰 것은 단연 <맹자>다.
시원스런 문장과 그 문장에서 읽히는 드높은 기상, 더없이 넓고 웅대했던 공자의 그 것과 비견하기는 어렵겠지만 공자의 사상을 덕치론의 관점에서 체계화 하여 '왕도정치'라는 혁신적인 정치 패러다임을 주창하고 왕도정치의 구현을 위해 개인으로부터 가족과 집단을 넘어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함께 바로 세우려는 명확한 방법론을 제시한 점은 각별히 인상적이다.
듣는 이의 부와 지위에 상관없이 거침없는 목소리로 오직 인간다움만을 이야기 한 그의 기상은 수천년을 가로질러 오늘까지 쩡쩡 울리는 듯하다. 스스로에게 어떤 장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나는 학설을 알고, 호연지기를 잘 기르노라"라 답하던 그의 엄청난 배포는 어떤가. 얼마나 오만하며 또 겸손한가.
자하, 자유, 자장의 공부와 염백우, 민자건, 안연의 공부 중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묻는 물음에 "일단 그 문제는 내버려두자"라고 답하던 그의 엄청난 자부심을 목도하는 순간에서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공부를 거듭할 수록 유가의 제일 덕목은 알려진 바와 달리 직관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아 홀로 오만하지 말고 주변의 띨빡들을 깨고 부수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가르침이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맹가 제자라고 말해왔다. 그때마다 웃는 놈들이 많던데 나는 언제나 진지했다. 맹가도 공자 얼굴 못봤음서 제자라고 자처했는데 나라고 못할 것 있나 말이다. 가끔 꺼내 읽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사생취의 한 문장 가슴에 새기고 살면 그게 맹가 문도 아니냐.
돈 없을 때 맹자 책 다 팔아치운 건 함정. 뭐 스승님도 '그때는 그때고 이때는 이때'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때에 따라 적당한 도를 취하면 되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좋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