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의 숨겨진 아들, 사마귀 열전

단상

by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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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능신 사마의에겐 아들이 셋 있었다. 첫째는 귀, 둘째는 사, 셋째가 소다. 널리 알려졌듯 막내 소는 삼국시대를 통일하는 진나라 황제 사마염의 아버지가 된다. 사마의는 세 아들 중 첫째 귀를 가장 아꼈는데 그건 오직 귀만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사마팔달이라 불린 사마방의 여덟아들, 즉 사마의의 형제들이 모두 소문난 인재였고, 그 자식들인 유, 망, 사, 소, 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세의 영웅이 될 자질을 가진 건 오로지 귀 뿐이라는 데 사마씨족 모두가 동의했다 전한다. 집 안이나 밖이나 엄격하기 그지 없던 사마의도 귀 앞에선 흐리멍덩한 아버지였다. 그리하여 귀가 사와 소를 대동하고 온갖 행패를 부려도 사와 소만 다그칠 뿐 귀를 나무라는 일이 없었다.


한번은 장안의 청빈한 관료 장모가 잔뜩 성이 나서 사마의를 찾은 일이 있었다. 사연인 즉슨 귀가 장모의 딸을 쓰러뜨리고도 책임을 지지 않아 참다 못해 오게 되었단 것이다. 장모가 전하는 말로는 그의 딸이 도자전에서 패물을 구경하다 사지 못하고 돌아갔는데 이 얘기를 들은 귀가 그녀를 쫓아가서 보자기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딸은 처음엔 받지 않으려 했으나 귀가 장안 제일의 패물을 가져왔다 유혹하여 겹겹이 쌓인 그 보자기를 풀려고 끙끙대던 사이에 그만 몹쓸 일을 당하였단다. 그렇게 당한 뒤 보자기만 들고 돌아온 것인데 겨우 푼 보자기 안엔 돌멩이만 하나 들었을 뿐이라 그 자리에서 화가 올라 그대로 쓰러졌다고 했다. 사마의가 어찌어찌 화난 장모를 돌려보낸 뒤 귀를 불러 사정을 들었다. 귀가 말하기를 장모의 여식은 어여쁘긴 하나 좋은 여자가 아니요 장차 저의 힘만 믿고 사내를 잡아먹을 상이라 볼 일만 마치고는 내뺐다는 얘기다. 사마의는 귀의 당찬 대답을 듣고서는 역시 너답구나 도리어 칭찬하고 야단치지 않았다. 이처럼 나무라는 일이 없으니 어머니인 장춘화를 비롯 집안의 여러 어른들도 귀를 사마의 보듯 어려워했다.


귀는 열살이 되기 전부터 제자백가의 온갖 사상이며 용병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귀의 관심과 재능에 감탄한 사마의는 그에게 서역에서 잡아온 포로 둘을 딸려 주었다. 그들은 만리가 넘게 떨어진 노마라는 곳에서 태어난 이로, 그곳의 풍토며 역사, 군사와 정치까지 해박한 이들이었다. 귀는 이들에게 노마의 옛 역사와 그들이 용병하는 법을 배웠으며, 이를 위나라의 것과 절묘하게 섞은 병법을 창안하여 사마의의 부하 장수들 앞에서 강연하였다. 사내들을 당혹케 한다는 뜻으로, 당황할 당에 사내 랑을 붙여 당랑병법이라 하였는데 후에 노마의 격투술까지 배워서는 당랑권이라 이름붙여 제 휘하 부대에게 가르치니 사마귀의 당랑군은 가히 무적이라 불렸다.


사마귀는 촉의 명신 제갈량의 북벌에 맞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세 차례 북벌에서 위나라 장수들을 크게 물리치고 하후연과 여러 명장들의 목을 떨어뜨린 제갈량이었다. 그가 네 번째 위를 칠 때 위군을 총지휘한 것이 사마의다. 침입을 안 사마의는 제갈량을 요격하려 군을 전진시키려 했는데 정탐을 마치고 본진에 당도한 귀가 말하였다. 아버님, 200년 전 노마에 '무지막지하게 파버려쓰'란 장군이 있어 누란의 위기를 버텼습니다. 적국 '칼을타고'엔 '한입으로 바를까'라는 명장이 있었는데 파버려쓰는 한입으로의 강함을 알고 마주 싸움을 피하고 시간과 지리의 이점을 살려서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소장이 보기엔 오늘이 꼭 그와 같습니다.


사마의는 귀의 책을 받아들였다. 군을 물리고서는 성채에 들어가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제갈량이 계집들이나 입는 초록빛깔 비단옷을 보내왔는데 귀는 그 옷을 제가 입고는 연마한 당랑권 무술을 군중에서 선보여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위와 촉의 대결은 번번이 위의 우세로 끝났다. 제갈량은 어린 귀에게 매번 패하는 것이 분통하여 오장원에서 분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죽기 전에 초를 켜고 하늘에 기도를 올려 사마귀를 저주하니 귀는 어느날 갑자기 진중에서 모습을 감추고 앞다리를 든 녹색 곤충 하나가 귀의 자리를 지켰다고 전한다.


아들을 그토록 사랑했던 사마의지만 차마 곤충으로 변해버린 아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그를 외면하였다. 그러나 곤충이 된 아들에게 성과 이름은 그대로 남겨 부르도록 하니 이것이 사마귀가 사마귀가 된 연유다. 인간을 보아도 물러서지 않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사마귀에겐 이런 사연이 있는 것이다. 나비와 나방 형제의 얘기 또한 절절한 것으로, 나는 이 또한 언젠가 다룰 날이 있으리라 여긴다.



2023. 9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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