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마디
지난 7월 동대문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중구 총경이 장안동 윤락업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는 주택가에 조성된 윤락업소들에 대한 장안동 주민들, 특히 집값에 민감한 아파트 주민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홍준표 의원과 경찰에 성매매업소의 단속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데 대한 결실로 풀이된다.
주택가인 장안동에 지금과 같은 성매매업소들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면적인 단속으로 청량리588 등지에서 쫓겨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 주택가의 변종성매매업소로 스며들었고 그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장안동인 것이다.
이와 같이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은 기존의 성매매업소를 단속 지역에서 몰아낼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성매매의 수요와 공급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데, 우리 경찰인력만으로 모든 성매매업소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거니와 단속을 한다 하더라도 200만에 달하는 성매매종사자들을 노동시장 안으로 편입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2004년의 단속은 우리 사회에 여러 부작용만을 안겨주었다. 청량리588같이 대놓고 성업하는 윤락가는 사라졌지만 그만큼 법망을 교묘히 피해 성업하는 변종성매매 업소들이 증가했고 기존의 성매매지역을 벗어나 변종 성매매에 종사하게 된 여성들은 안정된 수입원을 잃고 폭력조직과 연계되거나 업주의 부당한 착취 아래에서 성매매를 지속하게 된 것이다.
경찰은 이번 단속이 지난 2004년의 단속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어야 했다. 실제로 성매매종사자들을 탈성매매화 시킬 근본적인 대안도 없이 그저 장안동에서 성매매업소들을 밀어내려는 게 이번 싸움의 전부가 아닌가. 그들을 정상적인 경제구조 안으로 흡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단속만을 거듭한다면 과거에 그러했듯 성매매업소들은 또 다른 곳으로 더욱 은밀하게 스며들 것이고 성매매종사들 역시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지역구 정치인과 담당 경찰, 공무원,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집값상승욕구가 결합한 이런 막무가내식의 단속은 성매매의 온전한 제거, 성매매종사자의 보호 등 어떠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직 지난 단속의 마지막이 그러했듯 성매매업소를 밀어낸 지역의 땅주인들에게만 긍정적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성매매 규제주의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성매매 규제주의는 성매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궁극적으로는 성매매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금지주의와 맥락을 같이한다. 또한 일부지역에서의 성매매를 허용함으로써 성매매 행위 자체의 단속이 아닌 성매매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한하여 단속을 하게 되어 부족한 인력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역시 보장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008.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