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는 사람들이 왜 신에게 완벽한 세상을 기대하는지 모르겠어. 신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 능력이 없는데 말이야.
- 신이 완벽하지 않다구?
내가 보기엔 그는 완전하지만 완벽한 것 같지는 않아. 만약 신이 완벽했다면 실패할 낙원 따윈 만들지 않았겠지.
- 하지만 실패는 인간 때문이었잖아.
아니, 그건 신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가 완벽한 존재였다면 애초에 실패의 가능성따윈 심어두지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그는 완벽하지 못했고 그저 스스로 완전했을 뿐이였지. 그는 그 자신처럼 완전한 낙원을 만들었고 그곳이 완벽하길 바랬어. 그 곳엔 빛도 그림자도 없었고 오직 신과 인간만이 존재했지. 그들은 악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선하지도 않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완전한 존재들이었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 완전하기 위해선 불완전의 가능성도 존재해야 했던 거야. 그래서 신은 낙원의 중심부에 선악과를 심어두어야만 했어. 당연히 인간은 선악과를 따 먹었고 낙원에서 추방당했지. 신은 선악과를 치울 수 없었어. 그걸 치우면 이미 완전한 세상이 아니니까. 그래서 심어 두고 먹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거지.
- 그렇더라도 낙원은 바깥세상보단 나았잖아.
아니, 낙원에서 추방당했지만 차라리 더 행복했을거야. 그림자가 있어야 빛이 있고 고통이 있어야 행복을 아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신은 그걸 몰랐어. 그저 악이 없으면 선하다고 믿었지. 하지만 아담과 하와가 발가벗고 뛰어다닌다고 해서 그게 선한건 아니잖아. 악이 없는 상태는 어디까지나 악이 없을 뿐이지 선한건 아니니까.
- 신이 선하지 않다는 소리야?
신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아. 선하다는건 이미 완전하지 않다는 거야. 선은 악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해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인간은 선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악도 알게 됐어. 그러자 신은 그들을 낙원에서 추방한거야. 어쩌면 인간의 발전과 행복은 그 때부터 시작된 걸지도 몰라. 아담과 하와는 아이들을 낳았고 그 자손들은 자유롭게 생활했지. 그들은 선해지기도 했고 악해지기도 했어. 고통받았고 행복해했지. 불완전 했기에 가능성이 있었던 거야. 그러다 어느 날, 소돔과 고모라라는 곳에선 악이 선을 넘어서게 되었어. 신은 그게 못마땅 했지. 그래서 그곳의 가장 선한 사람만 빼고 몽땅 불태워 버렸어. 그렇게 악한 사람들이 죽고 선한 사람들만 남았는데 세상은 곧 다시 악해졌지. 시간이 흘러 노아라는 사람이 살던 시절에 신은 오직 그만이 선하다고 생각하게 되버린거야. 그래서 그는 이번엔 물로 세상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신은 착한 노아와 그 가족만을 살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렸지. 비로소 세상엔 선한 사람들만 남게된 거야. 그들은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어.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선에선 곧 다시 악이 자라났지. 신은 세 차례나 실패한거야. 한 번은 실수고 두 번은 습관이며 세 번은 돌이킬 수 없으니, 이게 바로 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결정적인 증거야.
2008. 6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