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열 살이 되고 나서, 아니 어쩌면 그 훨씬 전부터, 나는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있었으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내게 호감을 갖는 경우는 대부분 내 관심 밖의 일이었고 때로 그들의 호의가 불쾌하게 여겨지기도 하였던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비약적인 진전을 보았던 스무살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모두로부터 호감을 사려하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대로 이것이야말로 내가 이제껏 겪어온 인간관계상의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이에 대해 비판받기도 하였고 비판을 넘어 비난받기도 했으며 피할 수 있었던 문제들과 맞딱뜨려야 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나 여기서 다짐컨대, 이제까지 지켜온 내 삶의 방식을 단지 사소한 필요에 의해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경우 역시도 불편하고 불쾌하며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인간들이 나를 좋아하고 좋지 않은 인간들이 나를 싫어하면 그것으로 최상의 상태인 것이다.
오는 2009년 새해에도 나는 전과 같이, 그러나 더 당당하게 살아가려 한다. 어느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나를 잃어버린채 타인의 호감을 구걸하지도 않는, 그런 당당한 인간으로 살아갔으면.
和而不同, 네 글자를 가슴팍에 새겨넣고.
2009. 1. 1.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