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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독버섯 옹호론

단상

by 김성호

만물은 제각기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식물도 그러하다. 이 땅에 처음 나서 사람만큼, 혹은 사람보다도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그들은 각자 스스로의 생존에 어울리는 특질을 강화, 발전시켜 왔음에 분명하다. 이는 생명의 본능이요, 특질이니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식물의 각기 다른 성질에 대하여 그 것이 사람에게 득이 될 때에는 약이 된다 말하고 해가 될 때에는 독이 된다 하여 서로 달리 취급하였다. 이는 인간에겐 기실 당연한 것이겠으나, 항시 제 자리에 앉아 스스로의 생존과 자연스러움의 미덕을 따를 뿐이었던 식물들에겐 실로 당혹스런 처사였으리라. 생존을 위해 가장 어울리는 특질을 가지고, 제 자리에 앉아 있는 풀을 어느 것은 약이라 하여 귀히 여기고 어느 것은 독이라 하여 천대하니, 이 어찌 공평하다 할 수 있겠는가. 독버섯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독을 품은 것이고 누구를 해칠 의도 없이 그저 그늘 진 곳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굳이 그를 찾아 따먹고 해를 입은 인간이 독버섯은 독하다 하여 다른 식물에 비해 그를 천대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지함과 옹졸함을 증명하는 것에 다르지 않다.

물론 식물들은 제각기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식물은 줄기에 뾰족한 가시를 박아두기도 하고 불쾌한 악취를 풍기기도 하며 묘한 외양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을 놔두고 하필 독을 품어 상대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식물들을 보면 자기 살자고 남을 죽이는 참으로 박하고 독한 존재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생명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존재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해를 입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으로만 독을 사용할진대 과연 인간이 이를 핍박하는 것이 우주보편의 정의로 보아 옳은 행동일 것인가. 그나마 독버섯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독을 품는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생존을 넘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속에 독을 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지 않던가. 독버섯보다 부차적이고 더 추악한 이유로 속에 독을 품기를 밥먹듯 하는 인간들이 그저 살기 위해 독을 품어야 했던 가여운 생명을 보고 그 성질이 참으로 해롭다 하여 천대하는 모습이 나는 너무도 한심하고 부끄럽게 여겨지곤 한다. 우리 몸에 묻은 똥부터 깨끗이 닦아낸 뒤에야 비로소 저들의 독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의 순서일 것이다.


2009. 1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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