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작
공인에 대하여
(30분 글쓰기 - 7)
신정아 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지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나라 안이 다시금 거짓논란으로 뜨겁다. 학력과 병역문제, 방송에서 했던 몇몇 거짓말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수 타블로와 칸첸중가 등정을 둘러싸고 진위논란에 휩싸인 산악인 오은선씨를 필두로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작태,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의 갖가지 추문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런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결과지상주의와 도덕불감증이 깊숙히 스며들어있다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정도를 걷는 후대를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이 사회가 바로 우리의 현재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모든 거짓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정말이지 우리 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타블로와 오은선씨의 사건을 비롯한 각계 유명인사들의 추문에 공인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자신의 행위로부터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바로 공인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공무원 등 직접적으로 사회에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각계의 유명인들이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 책임을 지는 공인이 아니라면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법적책임 이외의 책임을 져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스포츠스타의 경우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경기의 출장정지, 혹은 국가대표 탈락 등 이중처벌로 여겨질 수 있는 처분을 받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이 아니라면 이러한 처벌과 과도한 비난은 그 근거를 가질 수 없는 행위이기에 허용되어선 안될 것이다.
공인이라는 말이 무얼 위해 생겨나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생각해본다. 많은 이들이 공인이라는 말을 주저없이 사용하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각종 공무원법조차 공인의 뜻을 명문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이 공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역시 그 사용과 사전적 의미가 충돌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공인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때 사전적 뜻 보다는 대상이 되는 인물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고 동시에 사전이 이러한 단어의 현실적 쓰임을 포용하지 못한채 그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모호한 정의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은 공인을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공공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공인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일이 무엇이냐는 논의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공적인 일을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일, 혹은 국민들에게 공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일로만 한정시킨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인이라는 단어와 쓰임이 같지 않을 것이다. 널리 쓰이고 있는 단어에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쓰임이 해악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에서 사전이 쓰임을 좇아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할 것이다. 협의의 공인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연예인과 프로스포츠선수 등은 그 존립 자체를 그들의 팬에게 의존하고 있기에 그들의 존립에 영향을 주는 팬들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력을 갖고 행사하며 그들로부터 존재 자체를 의존하고 있는 유명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공인에 대해 위키백과는 한 걸음 나아가 '공인이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그에 대한 품평과 비판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널리 허용되는 인물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우리 사회는 공인이 아니더라도 품평과 비판을 자유롭게 하며 공인에게는 비판은 물론 비난과 그 이상의 책임까지 묻고 있기에 이것 만으로 공인을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인에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부터 일종의 책임을 묻는 것은 그가 자신의 존재를 우리의 애정과 관심으로부터 유지하고 있으며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지 그들이 단지 유명하며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유명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인사들도 존재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기에 공인의 정의를 유명함과 표현의 자유에 의해 비판받을 수 있다는 특징 만으로 규정한 것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공인이란 사회적 영향력이 있으며 그 존재가 공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불특정 다수인 사람들과 결합되어 있는 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타블로의 경우에는 가수로서 음반을 내고 활동하며 대중의 관심을 통해 이익을 취해왔고 작가로서도 마찬가지였기에 의혹을 증명하고 나아가 거짓으로 증명된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는 등반을 통해 명성을 얻고 그로써 금전과 명예의 이익을 얻은 오은선씨의 경우, 나아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과 연예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연예인과 프로스포츠 선수가 공인이며 자신의 행위로부터 법적책임은 물론 사회적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