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286초소에서

일기

by 김성호

오늘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세차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로 입대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 이 모두 스스로 자초한 일이고 이에 대한 후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족하는 것보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나로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입대하던 그 순간부터 일신의 안위와 사소한 이득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고 그 정도의 각오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 앞에 마주하기 힘든 적이 나타나더라도 의연할 수 있도록, 군생활의 복잡다단한 어려움들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그 속에서 진실만을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잃지 않도록. 언제나 그렇듯 성패와 장단에 대한 판단은 나의 몫이 아닌 것이다.

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게을러지지도 않기 위해 나는 이곳에서 매순간 고민하고 있다.

286초소에서 바라보는 북녘땅이 몹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오늘.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세차다고 적는다.


2011. 3
김성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난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