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편지

군대

by 김성호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약없는 재수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대학에 입학하고, 그 모두가 바로 얼마 전인 것만 같은데 몰인정한 시간은 흐르고 나는 어느덧 스물 여덟이 되었다. 스물 여덟 쯤엔 당연히 이루었으리라 어린시절 막연히 생각했던 그 무엇도 지금 내겐 요원한데 나는 그저 하릴없이 나이만 먹었구나 하고 조용히 미소만 짓는다. 뒤처진 인생에 조급증을 보이며 발 동동 구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오늘이었으면 차라리 낫겠건만 타고난 무신경함과 느긋함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는 무심히 또 하루를 살아간다. 불행 중 다행인지 가족에게, 애인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가슴 한 켠 무거운 짐마냥 내려앉아 있을 뿐이다.

허송세월한 청춘의 나날들이 늦은 입대를 불러왔고 그것이 또 내 오늘을 이루었음을, 또 이룰 것임을 지금 만큼이나 청춘의 한 때에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 오늘이 이런 것을 보면 나는 그리 현명한 축엔 못드는 모양이다.

다행인 것은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여유가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독서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정도 의욕이라 부를 만한 것도 남아있기에 나는 열여섯 때 마냥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정신이란 세상에 넘쳐나는 남들의 생각과 상관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독자적인 정신을 말한다. 비록 지금의 세상이 자유로운 정신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제나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벗들아. 모두들 각자 제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바쁘게 살고 있겠지만 틈틈이 자유로운 정신을 가꾸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조금쯤은 더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날, 우리 모두가 조금쯤 더 자유로워진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를 나는 열렬히 희망하곤 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기를.


2012. 3. 2. 금요일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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