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존중에 대하여

단상

by 김성호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의 틀 안에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우리사회가 서있는 지점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동체주의도 개인주의도 아닌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완전한 개인주의나 완전한 공동체주의가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는 개인주의적 요소와 공동체주의적 요소가 잘 버무려진 접점일테고 가장 개인적인 이도 공동체의 이익을 해하지 않고 가장 공동체적인 제도도 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곳이 아니겠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존 스튜어트 밀이 저 유명한 저서 <자유론>에서 분명하게 밝힌 바가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기도 하거니와 이를 통해 스스로의 이해도 돕고자 여기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는 하나의 사회가 최상의 상태까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사회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직접적 혹은 암묵적으로 타인에게 주류의 생각과 문화를 강요하는 존재들로부터 개인의 개별성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보호의 근거를 인간자유의 절대성에 두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바로 이것이 '제1원칙'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함께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절대적 자유란 어디까지나 이상에 불과하며 국가가 개입하여 자유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기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는 사회의 구성원인 다른 개인의 '피해'에서 찾을 수 있고 이것이 '제2원칙'이다.

이와 같은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기초가 되었으며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가운데서는 다름을 불편해하고 모든 면에서 하나되기를 추구하는 문화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주변을 돌아보아도 모든 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경쟁하고 좋은 회사에 입사해 사회적인 성공과 부, 명예를 거머쥐기를 원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으며 이러한 생각은 여러 매체는 물론 우리 자신을 통해 다시 공동체로 전염되어 간다. <자유론>이 세상에 나온지 1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는 사회'를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살았던 당시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나 스스로가 그렇게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느낀다. 제도와 법규가 아닌 문화와 교육의 차원에서 나는 여전히 어떤 거대한 틀이 나의 자유로운 사고와 삶의 발현을 제한하고 있다고 느끼고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와 싸워야만 한다는 것을 불현듯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 혼자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건대 우리사회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존중'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존중의 부족은 개인의 차원에서와 사회의 차원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기까지 12년에 이르는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이 시간의 대부분은 대학입시라는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경쟁에 투자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좁은 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하더라도 다시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또 격렬한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일련의 시스템 속에서 승자와 패자를 떠나 수많은 사람들이 낙오되고 상처입으며 운좋게 문제의식을 갖게 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앞만 보며 달리게 마련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존중이 결핍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존중이 있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면 무한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수많은 개인들을 구원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획일화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스스로가 진실로 자신을 존중한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며 어떠한 외부의 요구에도 원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개인과 사회가 진실로 타인을 존중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타인의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사회 전체에 만연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사회가 진실로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 발전의 길이 나 스스로와 타인을 보다 존중하며 살아가는 길과 같은 방향으로 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역사는 진보할 것이며 인간성은 고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나는 도상에서 우리가 지금껏 행해왔고 또 앞으로 행해야 할 수많은 존중의 순간들이 있을 것임을 나는 확신하고 또 확신한다.


2012. 9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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