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열다섯 이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늘 익숙한 것보단 익숙하지 않은 걸 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과학이 친숙하고 영어가 싫어서 문과를 택했고 한자가 어려워서 유교 경전을 공부했죠.
신의 존재를 의심할 때 종교를 찾았고 도시 엘리트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격오지 사병 복무를 자원했어요. 평생에 걸쳐 누가 내준 숙제를 해본 일이 거의 없고 대학생활 내내 수많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왜일까요. 사람들은 익숙한 걸 더 익숙하게 하라고들 이야기하고 이미 명료한 걸 더 단순하게 하라고 말들 하지만 저는 늘 반대가 좋았습니다. 익숙하다는 건 주변의 특별한 것들을 일상 안으로 편입시켜 돌아보지 않는 게 아니던가요.
잠시 잠깐 경험했지만 기자는 좋은 직업이더군요.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을 만나고, 볼 수 없을 것 같던 현장에 다가서죠. 주변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그걸 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커다란 경험이 되는 느낌. 심지어 적성에도 맞았으니 왜 떠냐느냔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빠름 속에서 빠르다는 것 자체가 익숙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 역동적인 사건들이, 누군가에겐 삶 자체가 걸렸을 순간들이 아무렇지 않은 게 되고 마는 그런 때.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면 곁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도 같았네요. 가장 역동적인 곳에서 그 역동성마저 일상으로 만들고 마는 그런 사람들. 지겹고 권태롭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년 동안 정속으로 고정된 듯했던 심장이 새삼 뛰는 것 같고 피도 끓어오르는 듯합니다. 다시 만날 땐 어떤 모습일까요. 기대됩니다.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