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소하르에서

바다

by 김성호

중동에선 축구가 제일가는 스포츠다. 배에 올라오는 누구든 잡고 축구에 대해 물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 소하르 에이전트 압둘라도 그런 친구다. 수속을 돕는 것보다 축구 이야기에 훨씬 큰 열정을 보인 그를 배에서 내려주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압둘라가 불쑥 "코와크는 잘 있느냐"고 물었다. 유럽과 아시아 축구를 제법 안다고 생각했지만 코와크란 이름은 금시초문. 내심 오만 선수겠구나 짐작하고 "코와크가 누구인데 내게 잘 있는지를 묻느냐" 하자, 코와크는 한국 대표팀 선수인데 모르냐고 되려 놀라는 것이다. 그럴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냐 하니 자기는 보통 축구팬이 아닌데 코와크가 한국 선수인 건 분명하단다. 중동 어느 팀이랑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꽤나 좋은 선수라 기억에 남았다는 얘기까지 한참을 덧붙인다. 나 역시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를 모를 사람이 아니라 하니 코와크는 주장까지 했는데 모르지 않느냐고 답답해한다. 아니 대체 기성용도 손흥민도 아닌 국가대표 주장이 있었던가. 박지성이나 김남일, 홍명보를 코와크라 부르진 않을테고. 한참을 답답해하며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그가 턱-하니 내게 폰을 내민다. 그의 폰 화면에서 곽태휘가 나를 보며 웃는다. "하하하!!!" 속 깊은 곳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진다. 내가 키힘이 아니라 김인 것처럼 얘는 코와크가 아니라 곽이라고, 지금은 나이를 먹어 국대에선 못 뛴다고, 내가 한 시즌에 서른 번쯤은 경기를 직접 찾는 FC서울에서 뛰고 있다고, 성적이 안 좋아 내년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못 갈 것 같다고,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한참을 웃고 헤어졌다. 스턴램프를 내려가던 압둘라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던진다. "키힘! 너 코와크 많이 닮았어!" 이건 내가 태휘형 팬이 된 이야기.


2018. 6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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