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두바이의 주력항 제벨알리 앞바다엔 큼지막한 인공섬이 여럿 떠 있다. 야자수 모양으로 조성된 세 개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와 세계지도 문양의 '더 월드'로, 불과 수년 전까지 중동에서 제일가는 경제특구로 눈부시게 번영한 두바이의 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바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9년 세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피워낸 가장 화려한 꽃으로 주목받았다. 이곳에선 부동산을 필두로 돈이 걸릴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 이어졌다. 어디서나 돈이 끊임없이 불어났으므로 게임에 참가한 서방과 중동의 큰 손들은 손해라는 말을 알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장 큰, 가장 화려한, 가장 비싼 따위의 수식어들이 두바이에선 너무나 가볍게 쓰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과 하루종일 돌아도 다 보지 못할 쇼핑센터가 좁은 땅 위에 빈틈 없이 들어찼고, 항구엔 세계 각지에서 막 들어온 귀한 물건이 끊이지 않았다. 두바이에선 거지도 고급차를 몬다는 우스갯소리가 멀리 한국까지 들려왔을 정도. 그러고도 얼마나 돈이 남아돌았는지 아예 바다 위에 섬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림은 완성되지 못했다. 2009년이 오자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본래 네 그루 야자수로 기획된 프로젝트는 세 그루에서 멈췄고 거대한 건물들 내부엔 빈 자리가 하나 둘 늘어났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두바이를 성공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떠들던 유명인사들도 발길을 끊었다.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못한 항구에선 아직도 썩은 내가 진동한다. 전 세계 경제를 한바탕 뒤집고 지나간 바람이 진정되고서 두바이는 재도약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바다 위에 그림을 다시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값비싼 축포를 쏘아올려도 두바이의 오늘은 전과 같지 않다.
2018. 6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