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실항사 일기장은 낯 뜨건 인간성의 기록. 벌겋게 달아오른 분노, 번들대는 자존심, 북위 3도 답답한 대기도 누르지 못한, 상하기 직전의, 냄새나는, 어두컴컴한 활자들. 계약서 한 장 없는 여덟시간 당직 근무, 초과 노동과 끝없는 술자리는 실항사의 기본자질. 너희들의 쏟아지는 열등감, 진저리나는 무신경함, 낯뜨거운 비겁함은 어째서 나의 것이어야 하는지. 너희들과 같았다면 마땅히 내 몫이 아니었을 것들이여. 무심한 탁상시계가 울음을 울면 쓰다만 일기는 다시 또 구겨지겠지. 내가 얻고자 한 건 이곳에 있지 않은데 내가 가려는 곳은 여길 지나야 있어, 스스로를 유배한 결심에 기대 숨죽인 하루를 견딜 뿐. 어느날 날이 개면 구겨진 일기장을 펼쳐 볕에 말리는 날도 오고야 말리니. 그때까진, 무디어져라, 무디어져라, 내 인격이 아니다, 내 상대가 아니다.
2018. 8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