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는 기억해. 너를 잃은 날 그는 너무도 슬퍼 아이처럼 소리내 엉엉 울었지. 슬픔이 거둬진 어느 날 그는 햇살이 따스히 내리는 벤치에 앉아 그를 가두었던 슬픔들을 찬찬히 꺼내어 생각해보았어. 어째서 모든 만남은 이별로 끝나는지를,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절망으로 뒤덮은 그날이 어찌나 아무렇지 않게 왔던가를, 모든 것 뒤에 남겨진 상실의 그늘이 얼마나 짙었는지를 하염없이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였지. 푸른 비석에 이끼가 앉고, 그 앞에 타는 듯 붉게 물든 꽃다발이 놓이고, 몇 사람쯤 가엾은 울음을 울고 돌아서는 그 자리에, 그는 아주 오래라고 생각될 만큼 긴 시간 동안을 차가운 동상처럼 머물렀구나. 병아리였고, 고양이였고, 상처 입은 작은 새였고, 그저 너이기만 했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빛바랜 생명들을 떠올리면서, 다시는 그런 것들을 제 삶 안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2018. 10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