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선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배가 완전히 달라졌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게 나아진 가운데 오직 내 기분만 바닥에 내리꽂혀 일어설 줄 모른다. 종일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다 지쳐 쓰러지듯 잠드는 날이 거듭된다. 추락한 기분이 태도가 되면 후회와 실망만이 남는단 걸 알았다.
글다운 글을 쓰지 못한지 벌써 석달째다. 이쯤되니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가물가물할지경이다. 내가 선 곳과 나아갈 곳을 잃지 않는 게 항해사의 제일가는 덕목인데, 이대로면 항해사로도 실격을 면할 수 없다.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다행이라면 내가 문제를 관리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 선다는 점이다. 문제만 해결하면 다시 엔진을 켜고 항구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란 낙관적 기대가 내가 절벽까지 밀려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다.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나는 항해사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건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길을 잃은 항해사는 가장 먼저 제 위치를 확인하는 법이다. 제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목적지까지 가는 항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시엔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지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육분의로 천체의 고도를 측정해 제 위치를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항해사의 기본이다.
지금 나는 길을 잃었고 평상시엔 겪어본 적 없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억지로 나아가봐야 되려 목표와 멀어질지 모를 일이니.
누구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다. 생각은 깊게, 결심은 굳게, 행동은 빠르게! 언제나처럼 노력 분발하자!
2018. 11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