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이것만은 영원하기를

단상

by 김성호

바다가 짜진 건 상하지 않기 위해서라더라. 얼마나 많은 슬픔과 좌절, 외로움과 분노 따위를 삼키었는지, 실패한 사랑과 무너진 꿈, 다시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원망과 절망을 쏟아냈던지, 바다는 스스로 짜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더라.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한 건 마음 속 울음 한 짐을 바다에 털어놓고 돌아선 그날부터였는지. 지구가 열린 날로부터 오늘까지 이어졌을 감당키 어려운 크기와 깊이를 완전히 짊어지고 선 거대한 물의 더미를 마주하고서, 나는 내가 진 짐이 어찌나 작고 보잘 것 없는지를 절감했었다.

나 여기서 얻은 것 있다면 꿈에도 잊지 못할 풍경 하나 영과 혼에 새긴 것. 하늘과 바다가 영원으로 맞닿은 곳, 그곳으로 잠겨드는 생의 불덩이, 그 찬란한 종말을. 그대로 온 세계가 무너진대도 이것만은 영원하기를!


2018. 11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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