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1

시몬느 드 보브와르, <모든 인간은 죽는다>

by 김성호

언젠가 한 번 세상 사는 게 참 시시하다고 느껴진 때가 있었다. 세상은 따분한데 내 삶은 또 어찌나 한심한지 차마 다가올 내일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다.
어쩌면 그대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는데, 나는 여지껏 살아있고 이제는 좀처럼 그런 기분도 들지 않는다. 나는 늘 운이 좋았다.
이 책, 그러니까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시몬느 드 보브와르의 소설이다. 이걸 읽은 뒤 나는 보브와르가 사르트르보다 멋진 인간이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아름답다. 슬프고 아련하여 매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다. 보브와르의 직관과 깊이가 한문희의 섬세한 감수성과 만나 멋진 문장으로 태어났다. 학원사 판과 나중에 나온 다른 출판사 판을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 느낀다.
특권으로 여겼던 불멸이 저주임을 깨닫는 레몽 포스카와 찰나의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레진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준다. 감동이 꼭 긍정적인 사건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를 통해 알았다. 절망과 무력감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왜 나는 삶을 긍정하게 되었는지 돌아본다.
인간은 대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것의 가치를 깨닫는다. 어쩌면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살다가 해소할 수 없는 의문과 마주할 때 나는 이 책을 찾곤 한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잠깐 읽고는 한참 생각한다. 삶의 무가치함을 이야기하는 레몽으로부터 펄럭이는 나의 삶을 붙들 이유를 찾는다.
보브와르는 내가 태어난 해 자연사했다. 얼마나 치열했을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나의 목표도 그와 같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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