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웤

단상

by 김성호

사표를 내고 배를 타고 돌아와서 짧지만은 않은 백수생활을 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이었다. 워낙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인 탓에 기회를 제대로 활용했다고 하긴 어렵겠으나, 백수가 되었음을 알리자마자 적지 않은 곳에서 제의가 들어와 고민케 했다. 요즘같은 취업난에 놀랄만한 일이었다.


결국 다니던 언론사로 돌아온 건 지난 시절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자유롭기도 했고 제대로 된 글은 못될지라도 쨌든 글을 쓰는 일이긴 하다는 점도. 전에 몸 담았던 곳들처럼 괴로워할 일도 많지 않았으니까. 그만큼 멋진 인간들 사이에서 즐거워할 일은 없을지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더욱 중요한 건 즐거움을 얻는 일보다는 괴로움을 피하는 것이다.


아직 좋은 기자가 못되고 있다지만 절반 쯤은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곳에서도 바닥을 치는 감정상태가 다른 곳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연봉이 얼마쯤 오르고 꿈을 엿볼 수 있는 자리에 서고 그런 것들보다도, 자유롭고 평안한 상태에서 나를 바로 세우는 게 더욱 시급한 일이니 말이다.


이제서야 내가 받은 제안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조금이라도 다른 상태였다면 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온 바닥을 쓸고 다니던 그 시간에 그 제안들이 있어 적지 않은 위안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감사를 전한다. 나를 다시 받아준 이 편집국을 포함하여.



2019. 5.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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