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뜯어보면 세상 어느 하나 치열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치열함이 제 길 밖에 서면, 피츠 잔에 담긴 테라처럼 서글프고 처연하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러기엔 너무 열심히 살았다. 치열했던 삶에 정당한 대가를 가질 것이다. 충분하고 합당한 보상 말이다.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무너지려는 마음을 지고 서서 잠시 뒤를 바라본다. 온 길이 멀고 험하여 아찔하게 느껴진다. 내가 나의 힘으로 그 길을 왔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바란 건 문장 하나, 시 한 편 뿐이었다. 밝은 눈으로 뚫어보고 굵은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런 글을 원했다. 이루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니라 이루지 못할 것이 죄일 뿐이다. 거듭 나아가야 한다.
2019. 5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