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재테크를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삶은 짧고 이룰 건 많아 자연스레 밀려났을 뿐. 수십억년 지구 역사, 다시 일만년의 인류사에서 반드시 이룰 게 있다면 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였다. 돈이란 게 쫓는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고.
학창시절 제대로 된 용돈을 받아본 일이 손에 꼽고, 어쩌다 돈을 받게 되더라도 책장이나 서랍 안에 넣어두고 돌아보지 않았으니, 나란 인간 자체가 돈에 큰 관심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나의 관심이란 대개 나에 대한 것이어서 주변 아이들이 사고 입는 것들엔 큰 흥미를 두지 않았다. 책, 영화, 축구, 내가 좋아한 대부분의 것들은 큰 돈을 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돈이 많으면 아주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었다는 걸 요즘에야 돌아본다. 한 번 만날 때마다 연봉 몇배씩이 올라있다는 친구놈들 집값은 부럽지 않아도, 어쩌면 나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가능성이 못내 한스럽다. 내게도 다른 선택이 있었다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텐데.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돈이 충분히 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돈은 선택을 바꾸게 한다. 그게 돈의 가치다.
이처럼 돈은 중요한 것이지만, 여전히 내겐 돈에 앞서는 것이 많이 있다. 그러니 나란 인간은 끝내 돈을 쫓아 세상을 살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성향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재테크를 버려둘 순 없는 일, 간간이 복권을 사는 걸로 재테크를 갈음하려 한다. 복권을 사는 것도 어지간히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다.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도 6개월만에 샀지마는,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씩 복권방에 들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혹시 아는가. 다음주의 주인공이 내가 될지도. 0과 0에 근접한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2019. 7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