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상

by 김성호

어머니는 말하셨다. 친절해라. 나는 좋은 아들이 아니고 어머니 말은 대부분 어겼다. 친절하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다. 문득 돌아보니 주변엔 좋은 이들이 많다. 나는 자격이 없단 걸 안다. 이제라도, 이들에게만이라도, 친절하려 한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종종 문을 두드리는 친구가 있다. 관심도 없는 가게를 이곳저곳 데려가고 여기는 어째서 핫플이다, 저기는 저래서 맛집이다 한다. 내 취향의 많은 부분이 그 덕분이다. 고마운 일이다.


술에 절어 있는 게 일상이었다. 혼자 쳐마시다보니 끝을 모른다. 술마시자 끌어내선 그만 마시라 타박하는 친구가 있다. 비싼 술 적게 사주고는 혼자 마시지 말라 잔소리를 해댄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단 걸 안다. 고맙다.


불편한 걸 죄다 도와주는 친구도 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덕분에 알았다. 때때로 연락하여 안부를 물어주고 어려운 건 먼저 나서 해결해준다. 도움을 주고 받는 마음이 어렵지가 않다. 친하다는 건 그런 뜻일 테다. 감사하다.


언제나 먼저 다가와 베풀어 주는 친구가 있다. 내 주변엔 대개 그런 놈들 투성이지만 이만한 녀석은 흔치가 않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십년을 넘겨 이십년을 향하니 고마움도 끝없이 커져만 간다. 준 건 작은데 받은 건 많다. 이렇게 많이 받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게 가장 고마운 일이다.


수시로 따가운 조언을 퍼붓던 친구가 있었다. 내가 한 잘못은 대부분 이 녀석이 먼저 알아차렸다. 가끔은 나보다 먼저 알고서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이 녀석 일로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엔 미처 몰랐다.


어떤 이들은 남아있고 어떤 이들은 스쳐간다. 인연이란 건 그렇다. 고마움은 미안함이 되고, 미안함은 책임감이 된다. 그 책임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겠다고.



2020. 1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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