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람들은 친절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단지 친절하지 않았을 뿐인데 화를 냈다거나 부당한 취급을 당한 것처럼 분개하기도 한다.
친절은 당연하지 않다. 뜨겁지 않은 것이 차가운 게 아니듯, 무겁지 않다고 해서 가벼운 게 아니듯이,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 냉정하거나 화가 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도리어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화도 잘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주로 네 가지 경우에 친절하다. 첫째는 친절해야 할 때다. 친절해서 얻어낼 게 있을 때 나는 친절하다. 친절을 베푼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얻을 게 있거나, 다른 곳에서 이익이 있을 경우에 나는 친절하다.
두 번째는 먼저 친절을 베푼 상대에게다. 가족과 친구들, 꼭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먼저 친절을 베푼 상대에게 굳이 불친절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통용되는 수많은 법칙 중 그래도 공감을 사는 건 기브 앤 테이크, 준 만큼 받는다는 법이다.
세 번째 경우는 상대가 예쁜 여자일 때다. 악의가 없는 예쁜 여자에게 불친절한 남자가 있다면 머저리거나 다른 예쁜 여자가 그걸 원할 때뿐이다.
네 번째는 번뜩이는 인간인 경우다. 세상엔 재능이 넘치는 인간이 많지 않고 그래서 그들은 귀한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재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친절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네 가지 경우 말고 나는 쉽게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가끔은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사지만 어쩌겠는가. 오해는 오해한 자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그로부터 문제가 생긴다면 기꺼이 감수하는 편이 억지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 낫다.
친절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내게 베푸는 남의 친절이 얼마나 귀한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나의 친절은 이전보단 덜 귀하고,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다. 나의 친절과 남의 친절 모두가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된 덕이다.
사막에서 물을 품는 선인장처럼, 나는 나의 친절을 귀하게 길러간다.
2020. 12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