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감

단상

by 김성호

2020년. 작년에는 별 시덥잖은 이유로 그만 살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좀 잘 살았단 생각도 든다. 하찮게 생각한 일도 시시하게 여긴 삶도, 고맙다 손잡고 우는 분들 앞에선 조금쯤 가치있게 여겨지더라.


올해 다섯장의 감사편지를 받았다. 둘은 제 직업을 지켰고 한명은 부당한 고발이 취하됐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오래 싸울 수 있게 되었고 한명은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았으나 모든 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두에 내가 미친 영향이 있다. 그래서 올해는 의미 있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어하고 감사를 느끼고 그런 관계들도 생겼다. 어이없게도 계속 연락하다보니 보고 싶고 계속 감사해하다보니 진짜 감사하고 하더라. 진작 그랬어야 마땅하지만 이제라도 구실 하며 살아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쓰는 평론은 다 찾아본다는 이도, 나도 기억 못하는 내 기사를 기억해주는 사람도 우연히 만났다. 재명이형도 두번이나 만났고 꽤 멋진 취재원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존중할 만한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다는 건 짜릿한 일이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술은 좀 덜 마셔야지. 아직 좋은 글도 못 썼는데 객사하긴 아깝다고. 내가 나를 아껴야지. 아직은 쓸만한 구석도 남았으니.


지겹고 시시하고 가끔은 불행해도 나는 잘 살고 있다. 너도 그러길 바래.



2020. 1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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