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움을 버려두진 말자고

단상

by 김성호

젊고 재주 있는 놈이 왜 돈 안 나오는 일에 매달리냐기에 재밌어서 한다고 하였다.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며칠째 잊히지를 않는다. 그러게, 나는 왜 이 짓을 하는 걸까. 정말 재밌지도 않으면서.


어려서는 이 즈음이면 대단한 작가며 걸출한 평론가가 돼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 삼류기자 하나 초라하게 섰을 뿐.


그럴바엔 돈이나 더 벌자고 자리를 떠야 하는데 기회가 닿을 때마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잔소리나 듣는 것이다. 탓할 것도 없는 내 문제다.


가끔은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나쁠 것도 없다. 배를 내리고 나선 기자도 괜찮은 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대를 가르는 걸작을 써내진 못해도 누군가에게 간절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대단한 상징 따윈 아니라도 조잡한 거짓쯤은 들춰낼 수 있으니까. 내가 아니면 없을 지적들, 내 기사가 아니면 나오지 않을 이야기, 그건 그대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절대로 시시하거나 하찮지 않다.


특별한 자질이 필요한 일만 하겠다던 어린 시절은 어리석은 잘못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이룬 것 없이 어른이 되었으나 그래서 뭐 어쩌겠나. 나를 비참하게 하는 건 나고, 그 비참함에서 나를 구할 것도 나다.


자본주의 세상에선 모든 게 돈으로 환산이 된다지만 나는 그딴 건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몇몇 사람을 알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것도 대체로 그런 부류이니 앞으로 걸어갈 길도 분명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바보 같은 일이겠으나, 자긍심만 지켜낼 수 있다면 가지 못할 길은 아니다.


종교는 없지만 기독교도들이 품고 다니는 <성경> 중에서 몇 구절쯤은 외우고 다닌다. 그중에 특히 인상적인 건 의인에 대한 대목이다.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열이 없어 망했고, 바빌론과 맞선 예루살렘에선 의인 하나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대단하다는 신이 인간에게 찾은 것이 의로움이다. 의를 행하고 진리를 구하는 자, 이로움을 두고도 옳음을 좇는 인간이 그렇게 귀하다.


재주가 일천하여 대단한 일은 못한대도 의로움을 버려두진 말자고. 죄다 생선집 고양이 되길 바라는 세상, 내 길이 뭔지 알고 있는 걸로 되었다고. 술만 처먹으면 후회하며 하찮다 시시하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목소리들 앞에서 제발 괜찮다고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좀 답하자고. 맨정신을 빌려서 그런 다짐을 해본다.



2021. 3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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