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문을 열어주는 것

단상

by 김성호

평론은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영화만 보았을 땐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을 일깨우고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제가 든 방이 모두인양 여기던 자 앞에 방문을 열어젖히고 다른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게 평론이다.


문 뒤에 숨은 것이 먼저 알던 것보다 매력적이어야 좋은 평론이다. 그러자면 다른 공간을 꿰뚫 수 있는 통찰과 거기 든 것을 재는 판단력, 문이 없는 곳에도 문을 낼 수 있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 자질 있다 믿는 글쟁이라면 마땅히 도전해봄직하다.


특출난 기량이 필요치 않은 일만 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새 퇴화하는 법이다. 하루하루 쌓아올리는 것보다 소모하고 깎여나가는 게 많은 일간지 취재기자에겐 퇴화에 대한 저항은 필수적이다. 그때 평론이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취재나 기사작성에 쓰이는 기량이 평론엔 도움이 못되겠지만, 평론으로 닦은 재주는 취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기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평론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도전의식도 고취될 수 있다. 가끔 만나는 자질 있는 기자들에게 평론을 쓰길 권하는 것도 그래서다.


300편이 넘는 평론 가운데 몇편쯤은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때 열어낸 문 가운데는 지금 보아도 상당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제법 있다.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많은 문을 열 것이다.



2021. 3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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