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는 팀에서 기사를 가장 적게 쓴다. 그러나 출입처에선 가장 많이 쓰는 기자다. 비정상이다.
남과 비교하는 습성은 아니지만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 있어 굳이 통계를 찾아 적어둔다. '열심히 하는 건 너 혼자 생각이고 회사가 알아주길 바라지 말라'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알아주고 독려하며 옳은 방향을 가리키길 바라는 건 내가 진심으로 조직을 위하기 때문이다. 하찮은 인정 따위 필요로 하는 성품도 아니고 말야.
네이버가 통계를 제공해주는 덕에 출입처 기자들과 기사수를 비교할 수 있다. 주로 경제지 위주로 편성했고 취재에 특화돼 기사수가 특히 적은 이들은 제외했다. 캡처하지 않은 통신3사는 각 100, 96, 93건으로 97건을 쓴 나와 유사하다.
사회부 사건팀에서 경제지와 종합지의 구분이 의미가 있는가도 싶지만, 자꾸 경제지 경제지 하니 경제지 위주로 추려보았다.
짐작은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충격적이다. 개중 많이 쓰는 매체보다 월 30건 정도가 많다. 취재기자로선 현장에서 비웃음을 사게 되는 베끼기를 많이 한 탓이다. 거기에 취재기사 수도 월등히 많다. 질 역시 겸손하게 말해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문제는 그런 내가 월 97건의 기사를 쓰고 있음에도 기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1년째 받는다는 거다. 좋은 취재와 양질의 기사를 고민하는 대신 기사를 더 쓰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황당하다.
까라면 까야지, 대충해, 라고들 하지만 그럴 거면 자지떼고 살아야지. 박봉에도 기자를 하는 건 업에 대한 자긍심 때문인데 취재와 기사를 포기하고 대충 쉽게 면이나 막자, 우라까이나 하자 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지난 1년 간 주 6일제 근무를 했다. 그렇게 취재력과 기사의 질을 유지했다. 사실상 자발적 무급근무인데, 이 방식이 아니라면 역량을 유지하고 기사의 질을 맞추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무능해서일까. 그럴리가 있나.
기자를 하찮은 월급쟁이로 만드는 무력감이 나를 갉아먹지 않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역량이 빠진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는데도 가끔은 몹시 버겁다. 발제능력이나 판단력, 기사작성력, 취재력이 떨어지는 사람일 수록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사수를 늘리라는 요구가, 심층취재를 차단하는 고질적 인력부족이 기자의 역량을 훼손한다. 결과는 분명하다.
여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최근 몇년 간 아까운 이들이 줄줄이 회사를, 언론계를 떠난다. 돌아보면 같이 일하고픈, 배울 점이 있는 동료가 너무나도 귀하다.
영화판에서 체득한 어리석은 습성이 아니라면 이직제안을 덥썩 물거나 대충대충 막음이나 하는 현명한 길을 택할 지 모른다. 그래선 안 되는데, 우리의 업과 권한이 얼마나 중한 것인지를, 역량과 가능성이 얼마만큼 대단한지를 느껴야 하는데.
그럼 나는 또 남의 기사 베끼러 간다. 삼류기자 김성호 힘내라 시발아. 아직 여기 할 일이 남았으니.
2021. 4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