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토요일

단상

by 김성호

김기자의 토요일. 지난해 5월 처음 이름을 달았으니 이제 곧 돌이다. 이름을 달기 전 공들인 토요일자 기사까지 포함하면 2년이 훌쩍 넘고 수백편이 될 것이다.


어느하나 대강 쓰지 않았다.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겠으나, 하나하나 모두에 선을 다했다.


성과도 따랐다. 큰 것부터 작은 것, 귀한 것과 소소한 것, 모든 걸음걸음이 내게는 성취였다. 한 명의 기자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실험했고, 기대보다 많은 것을 이뤄내었다.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 인용에 내 지분이 1할쯤은 될 것이다. 유령수술을 비롯한 의료범죄 문제가 재조명되고, 수술실CCTV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현안까지 오른 데도 기여가 아주 없지는 않다. 적어도 몇명의 출중하고 기준 높은 취재원에게 드문 존중을 얻었다. 모두 2년 넘게 나의 토요일을 갈아넣은 덕이다.


가끔은 짜증도 난다. 수당도 못받으면서 주6일 일이라니, 이 시간에 글을 봐주거나 서평과 영화평을 써내면 수입이 상당히 늘텐데 따위의 생각이 들 때가 그렇다. 처음 토요일자를 쓰기 시작한 뒤로 벌이가 가장 많은 달로 쳐도 이전보다 50만원쯤은 줄었는데, 따져보면 차 한대 쯤은 되지 않겠는가. 그뿐인가. 그 노력을 다른 데 들였다면 책이든 유튜브든 뭔가는 해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짜치는 생각이 들 때면 처음을 생각한다. 토요일자는 파이낸셜뉴스로 돌아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다시 배를 나가려고 안달하던 내가 언론사로 돌아온 것도, 조건이 더 나은 제안들을 뿌리치면서 심지어는 동기보다 못한 처우로 돌아온 데도, 몇 차례쯤 있었던 이직제안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걷어찬 것도, 모두가 이 토요일자 때문이었다.


김기자의 토요일은 무겁다. 애착도 의지도 없던 직업이, 능력도 재능도 필요없던 일이, 어느덧 내 삶의 중심이 됐다. 재주와 노력을 취재와 기사에 들이붓고,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 하는 과정에서 귀한 성취감을 맛본다. 대단치는 않아도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고, 칠십억분의 일쯤은 세상을 바꿔나간다. 그것이면 박살난 인생쯤 갈아넣는대도 아까울 게 있겠나.


하찮지만 완전히 시시하진 않은 재주로,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도전을 한다. 억울한 게 아니라 고마운 일이다. 나라면 그깟 차 한대 쯤 팔아서라도 김기자의 토요일을 살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따져보면 더 될 것이다.


힘내자 삼류기자, 내일은 오늘보다 더 수고해야 하니.



2021. 4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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