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파이낸셜뉴스 사회부가 이달의기자상을 목표로 6개월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그 팀에 내가 포함됐다.
수상을 목표로 취재팀을 구성한다는 게 끌리지는 않지만 기자 입장에선 심층취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달의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상인데 기자들에겐 제법 명성이 있다고 한다. 꽤 괜찮은 취재를 했을 때 몇번 내보았는데 번번이 떨어진 걸 보면 대단한 취재들이 수상하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이달의기자상을 신청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제 보도의 가치를 제가 추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이었다. 가뜩이나 바쁜데 상 하나 받겠다고 제가 어떤 보도를 했고 어떤 취재가치가 있으며 어떤 반향이 일었고 타 언론사는 얼마나 받아썼는지 따위를 정리해서 낸다는 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대충 쓰게 되고 대충 쓰다보니 떨어지게 되는... 그런 악순환을 겪은 기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이 아닌 팀으로 기자상에 접근하면 수상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개별 기자는 그런 걸 할 시간에 더 취재를 하고 좋은 기사를 쓰자는 생각부터 할 테니까.
무튼 6개월의 시간을 갖고 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 수 있게 됐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다른 언론사에서도 좀처럼 갖기 힘든 기회가 주어졌으니만큼 좋은 보도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려운 여건에 기자 몇을 특별취재팀에 차출했으니 문제가 없진 않겠으나 그 고민은 나의 것이 아니다.
상이 목적이라지만 거기에 얽매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자의 역할은 취재하고 응모하는 정도까지고 상이야 협회가 알아서 주는 것 아니겠는가. 일단 좋은 취재를 하고 못받으면 협회 욕이나 실컷 하면 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성패와 장단은 하늘에 달렸으니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건 파이낸셜뉴스 사회부가 장기 심층취재에 나섰고 그 안에 내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론 처음 있는 일이고, 방향과 방법 모두에서 긍정적이다. 만약 우리가 좋은 성과를 얻는다면 그대로 길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조직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동안 "여기선 못해" "여기는 틀렸어" 입버릇처럼 말하는 녀석들을 수두룩하게 겪었다. 몇은 다른 곳으로 떠났고 몇은 기자보단 회사원이란 말이 어울리는 인간이 되었다. 그들의 오늘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대부분 제가 바라던 모습보다 비난하던 모습에 더 가까워진 게 아닌지 아연해지곤 한다.
해야할 때 하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자리만 찾는 이들은 좋은 직업인이 될 수 없다. 이순신이라고 스페인 무적함대나 대영제국 선단 같은 걸 지휘하고 싶지 않았겠나. 성치 않은 열두척 전선을 추려 적선 수백척과 맞선 건 그가 진정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원이었다면 백의종군 대신 백지수표를 받거나 사표를 내고 은둔했겠지.
하찮은 기자직이라도 이순신 같은 정신이 필요할 때가 가끔은 있다. 그럴때면 거듭 되뇌어야 한다. 포기하지 말자고. 타협하지도 말자고. 싸우고 따지고 목청껏 소리쳐서 지켜내야 하는 것을 지켜내자고. 그러다 더는 하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선 자리에서 제 색깔을 선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조직과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온갖 허접함과 치사함을 감내하며 기자질을 하는 건 그래서가 아닌가.
2021. 5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