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CCTV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를 앞두고 있다. 환자 마취 뒤 집도의를 몰래 바꾸는 유령수술이 횡행했으니 마땅한 결과다. 환자를 인간으로 봤다면 할 수 없었을 짓을 공공연히 하고도 이제껏 바로잡지 않았던 의료계다. 이제와서 법안에 반대하는 건 도리를 벗어난 짓이 아닌가.
환자가 먼저 촬영을 요구해야 하고, 의료인이 나서 거부할 여지가 있는 법안이다. 그러니 법안 통과 이후에도 눈을 뜨고 하위법령이 제대로 들어서도록 지켜봐야만 한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시민과 약자를 위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의 뜻이 이토록 큰데도 이 정도 법안에 만족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기에도 형용키 어려운 노력이 들었다. 억울하게 떠난 원혼을 달래고 또 다른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만 한다.
유령수술을 과실로 다루는 검찰과 법원은 치욕스럽다. 어떻게 상시적 집도의 교체와 동시수술이 이뤄진 환경을 단순 과실로 기소하고 재판한다는 말인가. 권대희 사건은 명백한 인재다. 그날 권대희가 죽지 않았다면 그 다음주 다음달에 또 다른 누가 죽지 않았으리라 믿는다는 말인가. 과실은 다른 모든 유령수술에 면죄부를 준다는 뜻이다. 로이터에 실린 involuntary란 단어가 너무나도 참담하다.
2021. 8
김성호